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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토종 와이브로와 경쟁하는 LTE 원천기술 확보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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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웨덴의 세계적 정보기술(IT) 업체 에릭슨이 한국에 15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연구소를 설립한다. <본지 7월 2일자 2면, 13일자 1면> 이곳은 주로 4세대(4G) 이동통신기술 ‘롱텀에볼루션(LTE)’을 연구하게 돼 있다. 국내 토종기술 ‘와이브로’와 4G 표준 경쟁을 벌이는 적수다. LTE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에릭슨이 ‘적진’이랄 수 있는 한국 땅에 대규모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외 통신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에릭슨은 뭘 노리는 걸까. 또 와이브로를 국책사업으로 밀고 온 우리 정부가 반대 진영의 연구소를 유치한 속내는 무얼까.

◆‘적진’에 뛰어든 에릭슨 노림수는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회장은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12일(현지시간) 만나 “한국 기업·연구소와 공동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하려고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와 테스트 베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80명인 한국 내 고용인력을 1000명으로 대폭 늘리겠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근거로 “에릭슨 연구소가 설립되면 5년간 15억 달러의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베스트베리 회장은 한국에 연구거점을 두는 배경으로 ▶우수한 개발인력 ▶뛰어난 IT 인프라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의 전폭 지원 등을 들었다. 익명을 원한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CDMA·와이브로 등 신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 개발 인력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이병기 방송통신위원은 “와이브로의 본산인 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이브로는 한국·미국 등지에서 이미 상용화가 조금씩 된 반면, LTE는 2013년은 돼야 실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에릭슨·노키아 등 LTE 진영에선 인도 등 몇몇 국가에서 4G 표준화 결정을 지연시키려는 활동을 적극 펴 왔다. 이 위원은 “에릭슨이 와이브로 종주국에 연구기반을 마련해 ‘LTE 대세론’을 확산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와이브로 키우고 LTE도 잡겠다”

그렇다면 ‘LTE가 중심이 되는 연구소’ 설립을 수용한 한국 정부의 저의는 뭘까. 방송통신위원회의 서병조 방송통신융합실장은 “와이브로도 중요하지만 미래 4G 시장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LTE 기술 또한 육성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신 장비·단말기 제조업체들에 LTE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LTE 관련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는 시실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국내 최대 와이브로 장비업체인 삼성전자 또한 내부적으로 LTE 전담연구팀을 꾸려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이 회사 관계자는 “LTE 기술도 경쟁사에 버금가는 수준에 와 있다”고 전했다. 서 실장은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LTE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라며 “에릭슨 연구소가 이런 부분을 보완하는 순기능을 해줄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이번 에릭슨 연구소 설립에 KT가 깊이 관여한 점에 주목한다. KT는 에릭슨과 한국에 설립될 연구소에서 친환경 기지국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언뜻 봐선 LTE와 별 관련 없어 보이지만, 어차피 개발할 기지국은 3G 또는 4G용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2대 와이브로 사업자인 KT가 4G 기지국 개발을 통해 LTE 쪽에도 발을 걸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KT의 서민우 상무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할당받은 만큼 최선을 다해 국내에 저변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심재우 기자

◆4세대(G) 이동통신=휴대전화로 MP3 음악파일 100곡을 2.4초에, 영화 1편을 5.6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유럽 주도의 LTE와 한국·미국 주도의 와이브로가 있다. LTE는 현재 3G 기술인 WCDMA의 연장선상에 있어 향후 4G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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