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진짜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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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제7회 춘란배세계선수권'

<결승 2국>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제9보(84~99)=뭐가 옳은지는 조금 지나 봐야 안다. 전보의 마지막 수인 흑▲도 둘 당시엔 그럴싸하게 보였다. 84의 한 방은 좀 따끔하지만 86을 강요한 뒤 87로 훌쩍 날아가는 자세가 기러기가 날듯 늘씬해 보였다. 좌변 백 대마를 슬슬 쫓게 되니 느리다는 비판을 받았던 흑● 두 점도 뭔가 역할을 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나 놓고 보니 흑의 처지는 이렇게 한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백 집이 꾸역꾸역 늘어나고 있었고(이건 중대 위기였다) 흑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감이 있었다. 좀 더 날카롭고 좀 더 단호한 자세는 불가능했을까. 뒤를 돌아보니 흑▲가 포착됐다. 이 수는 ‘참고도’ 흑1로 호구해야만 했다. 이렇게 둬도 백은 결국 8에 지켜야 한다. 하지만 9로 눌러 가는 흑의 자세, 즉 힘과 두터움은 실전보다 월등하다. 박영훈 9단이 흑▲를 “진짜 실수”라고 지목한 이유다.

계산을 간단히 해 보면 백은 좌상(20집)과 우하(12집)를 합쳐 32집쯤 된다. 흑은 하변(25집)과 우상(13집)을 합쳐 38집쯤 된다. 그러므로 상변만 깨끗하게 지우면 승산이 있다. 즉 87로 백 대마를 공격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상변을 두면 괜찮은 바둑이 된다. 하나 창하오 9단은 고분고분 쫓기지 않았다. 88부터 패를 걸어 끈적끈적하게 물고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92·95·98은 패 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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