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속의 독립군대장' 김경천 선생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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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시베리아와 만주의 설원 (雪原)에서 기병부대를 이끌며 일제와 싸웠던 김경천 (金擎天) 선생은 '전설 속의 독립군대장' 이었다.

1888년 서울 출생인 金선생은 부친인 김정우 (金鼎禹) 씨가 대한제국 포병부령을 지냈던 무인 집안의 자손으로 본명이 '광서 (光瑞)' 다.

때문에 보훈처는 올해 초에야 국내외 관련 자료 등을 통해 러시아.카자흐스탄에서 金선생의 유족을 찾을 수 있었다.

일본 육사 (23기) 기병과를 졸업한 그는 도쿄 (東京) 제1사단 기병1연대에 근무하던 중 1919년 육사 후배인 지청천 (池靑天.광복군 총사령관) 과 만주로 망명했다.

그는 신흥무관학교 교관을 거쳐 1921년 연해주에서 창해청년단 (創海靑年團) 을 조직, 총사령관으로 남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일본군과 러시아 백군 (白軍) 마적떼 토벌에 나섰다.

이후 그의 부대는 '김경천 기병부대' 로 알려졌다. 1922년에는 연해주에서 러시아 백군을 섬멸했으며, 그해 10월엔 시베리아 지역에서 일본군을 철수시켰다.

그의 활약상을 놓고 '원조 김일성' 논쟁이 학계에서 일기도 했다. 그는 일본군의 철수 직후 러시아 적군 (赤軍)에 의해 무장해제 당했다.

그럼에도 26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한족군인구락부 등을 결성, 항일운동에 나섰다가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 당했다.

金선생은 그곳에서 '인민의 적' 혐의로 체포돼 42년 소련 아르항겔스크주 감옥에서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소련정부는 59년 그의 사후 17년 만에 그를 복권시켰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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