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매매 형태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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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주식 매매 형태가 바뀌고 있다. 전반적으로는 주식비중을 줄여가면서도 주가가 한창 오를 때 외면했던 중.소형주나 운수.철강 같은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비중(시가총액 기준)은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 26일 44.1%에서 지난 26일 41.8%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도 179조4521억원에서 139조8919억원으로 줄었다.

외국인은 이 기간에 대형주를 팔고 중.소형주의 비중을 늘렸다. 대형주에 대한 외국인 비중이 48%에서 46.4%로 줄어든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각각 0.9%포인트, 1.4%포인트씩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 통신 등 정보기술(IT) 관련주를 파는 대신 운수창고나 철강.금속과 같은 전통주를 많이 사들였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은 운수창고업에 대한 비중을 2.6%포인트 늘렸다. 철강.금속(1.9%포인트), 운수장비(1.5%포인트), 기계(1.1%포인트) 등의 업종도 꾸준히 사들였다.

이와 반대로 외국인은 전기.전자 관련 업종의 지분율을 52.6%에서 46.2%로 크게 줄였다. 또 통신업(-4.2%포인트)과 의료정밀(-1.5%포인트) 등에 대한 비중도 떨어뜨렸다. 같은 기간에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원어치 팔고 포스코와 현대차 주식을 각각 3000억원, 2000억원어치 샀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수가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면서"대형주보다는 실적 좋은 중소형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와 관련, 그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시기는 2002년 6개월간뿐"이라며"앞으로 1~2달 후면 매도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요즘같이 지수보다는 종목 위주의 수익률 게임이 진행되는 약세장에서는 외국인이 꾸준히 사고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성룡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매수 종목의 수익률을 분석해 보니 강세장(1월 2일~4월 23일)보다 약세장(4월 26일 이후)에서 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강세장은 매수 주체가 고루 분산되지만 약세장에서는 외국인 이외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매수주체가 없기 때문에 약세장일수록 외국인 매수 종목의 상대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김남중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화학.비철금속 등 지수의 등락과 관계없이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업종은 대체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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