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초대 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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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기가 나가자 빌딩이 깨어났다

우루루 비상구로 몰려나온 사람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비로소 이웃이 된다

누군 연속극에 한참 빠져 있었고

또 누군 컴퓨터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아무도 혼자가 아닌 홀로된 사람들

이윽고 전기가 오고 승강기가 움직이자

안도한 이웃들은 총총히 사라진다

적막의 커튼을 치고 우린 다시 타인이 된다.

◆ 약력=▶1957년 경남 함안 출생▶87년 시집 '남해행' 출간하며 작품 활동 시작▶95년 '시조시학' 신인상.2003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등 수상▶시집 '북행 열차를 타고' 등

◆ 시작노트=혼자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정전이 되자 이 방 저 방, 문이 열렸다. 무슨 전쟁이나 난 듯이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서로들 안부를 묻곤 했다. 알고 보니 옆방의 사내도 혼자였다. 복잡하고 소란스럽지만 도시는 또 얼마나 적막한가? 그래서 사람들은 TV를, 컴퓨터를 켜둔다. 혼자이면서 혼자 사는 법을 모르는 우리. 며칠 전 그 사내가 죽었다. 실패했다고 스스로 말했지만 더 큰 이유는 외로움이었다. 전화는 발신 정지였고, TV는 고장 나 있었다.

◆ 응모안내=중앙 시조 백일장은 시조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습니다. 등단하지 않은 신인이면 응모 가능하며 응모 편수는 제한이 없습니다. 올 한 해동안 매 월말 장원과 차상.차하에 뽑힌 분을 대상으로 12월에 연말 장원을 가립니다. 또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 각각 10.7.5만원의 원고료와 함께 '중앙시조대상 수상작품집'(책만드는집)을 보내드립니다.

▶보내실 곳:서울 중구 순화동 7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 시조 백일장 담당자 앞(우:100-759). 팩스(02-751-5619)로 보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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