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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전시관 어떻게 꾸몄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기록전시관에는 과연 무미건조한 문서만 쌓여 있을까. 오는 14일 대전 정부청사 2동 1층 전시실을 가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고대인들이 바위에 새긴 암각화 (岩刻畵) , 광개토대왕의 비문 (碑文) , 국무회의록, 영상자료 등 다양한 역사기록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백20평의 전시공간은 '전통관' '근대관' '현대관' 등 크게 셋으로 나뉘어 있고 별도 영상관도 설치돼 있다.

먼저 전통관에 들어서면 조선시대의 왕실행사를 그린 '진찬의궤 (進饌儀軌)' '설찬도 (設饌圖)' 등이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춘추관 (春秋館)' '일성록 (日省錄)' 등 통치사료 속에 끼어있는 노비 (奴婢) 매매문서가 눈길을 끈다.

왼쪽으로 돌아 근대관에 오면 대한제국 시대의 빛바랜 공문서들이 기다리고 있다.

벽면에는 일제의 국권 침탈과정을 생생하게 재연한 패널들이 걸려있어 당시의 오욕을 되새기게 한다.

의병운동으로 촉발된 민족 독립운동을 보여주는 사진.자료도 놓칠 수 없다.

김구 (金九).여운형 (呂運亨).한용운 (韓龍雲) 등 3인의 일제시기 재판기록 원본은 전문 연구자들도 접하기 어려운 희귀 사료다.

근대관을 나오면 휴게실. 차를 한 잔 들며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 보는 여유를 가져 볼 수 있다.

바로 옆에 마련된 영상관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사료관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해방이후 김대중정부 출범까지 역대 정부의 변화과정이 역동적인 화면으로 재구성돼 있다.

여기서 이승만.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의 육성을 듣고 나오면 마지막 코스인 현대관. 이곳에서는 해방 - 정부수립 - 6.25 - 4.19 - 유신체제 - 6.29선언 등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를 사진과 중요 공문서 원본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정부기록보존소의 한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전시관 구성을 입체적으로 꾸몄다" 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14일 개관식에는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서리.김정길 (金正吉)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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