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블랙타워가 우릴 허락했다. 이제 남은 건 200m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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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18면

드디어 ‘블랙타워’에 발을 디뎠다.
K2스팬틱골든피크원정대(K2코리아ㆍ중앙SUNDAYㆍ중앙일보 후원)가 카라코람 히말라야의 난벽 골든피크(7027m)의 명치께에 도달했다. 블랙타워는 수직고도 2200m의 벽 중에서 최상단부에 자리잡고 있으며 너비 300m, 높이는 700m에 달한다. 이 지점은 눈과 얼음, 층층이 부서지는 연약한 검은 바위로 이뤄져 이번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다. 또한 이전까지 누구도 지나지 못한 미답지로, 한국 원정대는 지금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있다.

K2 골든피크 원정대 내일 아침 정상 도전

김형일(41)ㆍ민준영(36)ㆍ김팔봉(35) 등 세 대원은 11일 오후 5시(현지시간) 블랙타워 상단부 6500m 지점까지 도달했다. 지난 8일 오전 4시30분 두 번째 정상 공격을 위해 베이스캠프(4600m)를 출발한 지 4일 만이다. 등반팀은 8일 오후 5700m 지점까지 단숨에 올랐으며, 9일엔 6200m까지 올랐고, 강풍과 폭설이 내린 10일에는 두 번째 비부악 지점에서 휴식을 취했다. 지난달 28일 첫 번째 정상 공격 때는 3일 연속 내린 폭설로 6000m 지점에서 탈출해야 했다.

이제 남은 구간은 약 200m. 10일과 11일 최난코스인 블랙타워를 거의 돌파한 만큼 정상은 눈앞에 있다. 등반대는 11일 오후 6500m 직벽에서 비부악한 뒤 12일 골든피크 북서필라 꼭대기를 거쳐 정상에 이르는 설사면에서 하루 더 비부악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13일 이른 아침, 정상을 밟는다.

현재 등반대는 식량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4일 내 등반을 목표로 식량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김형일 대장은 베이스캠프에 있는 기자와의 무선 대화에서 “하루에 비스킷 한 개와 알파미(물을 부으면 밥이 되는 건조 식량) 1개를 세 명이 나눠먹고 있다. 그러나 8부 능선을 넘은 만큼 정신력으로 정상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대원들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등반대가 골든피크 등정에 성공하면 국내 최초로 히말라야 7000m 이상의 고산 거벽을 알파인 스타일로 등반하는 기록을 세운다. 알파인 스타일이란 고정로프를 설치하지 않고, 셰르파의 도움도 없이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단번에 오르는 방식이다.
등반팀은 6500m 지점까지 등반하면서 단 하나의 하켄(중간 확보물로 쓰는 금속 못)도 남기지 않고 모두 회수했다. 바위 틈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반은 요즘 세계적인 추세인 ‘클린 클라이밍’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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