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흔들]아시아 환란 초비상…홍수겹쳐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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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 지도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부인하는데도 위안 (元) 화 평가절하에 대한 불안감은 오히려 고조되고 있다.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은 9일 일본 외상 고무라 마사히코 (高村正彦) 를 만난 자리에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고 거듭 피력했다.

인민일보 (人民日報) 도 10일 위안화 평가절하가 수출증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조를 펼쳤다.

그러나 국내외 시각은 전혀 딴판이다.

왜 그럴까. 이는 아시아 위기의 여파로 수출격감.내수침체 현상이 본격화돼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9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기초체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정부.금융분야의 개혁 추진과정에서 실업이 급증하고, 외국인 투자는 감소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양쯔 (揚子) 강 홍수피해는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경제불안이 정치.사회적 안정을 위협할 조짐마저 엿보여 수출.성장.투자를 한꺼번에 잡는 방책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룽지 (朱鎔基) 총리의 태도변화를 암시하는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朱총리는 평가절하를 여전히 배격하는 입장이나 이달 중순부터 열릴 '베이다이허 (北戴河) 회의 (중국 지도층들이 휴양지에서 갖는 비공식적 회의)' 를 앞두고 기세가 누그러진 것으로 전해진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경제발전 속도가 빠른 연안지역과 해외교역 비중이 큰 국유기업 쪽에서 적극 주장하고 있다.

그만큼 수출 및 외국인 투자유치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상하이 (上海) 암달러시장에서는 공식 환율 (달러당 8.28위안) 을 훨씬 넘어선 9위안대에 달러가 거래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10일 상하이 외환시장에 개입, 달러화 매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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