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일부’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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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식은 유골이 임시 안치됐던 정토원에서 49재를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태극기에 싸인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묘역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건호씨 뒤로는 권양숙 여사와 딸 정연씨 등 유족,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각계 인사가 뒤따랐다.

1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장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노 전 대통령의 비석 위로 나비를 날리고 있다. [김해=송봉근 기자]

군 조악대의 연주 속에 유족 등이 식장에 들어서자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건호씨와 권 여사 등 유족,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차례로 헌화하고 분향했다. 분향자 중에는 대통령 선거에서 방송 찬조연설을 한 ‘자갈치 아지매’ 이일순씨, 청와대 음악회에서 연주한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 등 14명이 시민대표로 포함됐다. 고인의 일대기와 서거 이후 국민의 추모 모습을 담은 10분 분량의 영상물도 상영됐다. 영상물 중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자 추모객들은 나지막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 눈물을 흘렸다.


이어 건호씨가 유골이 든 흰 도자기합(盒)을 연꽃석합에 넣고 덮개를 덮는 봉안식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석함(石函·석관에 해당)에 모래를 넣는 허토, 한명숙 전 총리와 이병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무덤 주인을 나타내는 지석(誌石)과 부장품(DVD 2개)을 석관에 넣자 의장대가 태극기로 석관을 덮어 지하에 매장했다. 고인을 추모하는 21발의 조총 발사와 묵념을 끝으로 안장식은 1시간30분 만에 마무리됐다.

안장식 뒤에는 너럭바위(높이 40㎝, 가로 2m, 세로 2.5m) 형태의 비석을 설치하는 작업이 거행됐다. 비석에는 ‘대통령 노무현’, 그 아래 강판에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란 글이 새겨졌다. 비석 설치가 끝나자 일반 추모객들이 참배했다. 울음을 터뜨리고 땅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하며 애도하는 추모객도 보였다.

김해=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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