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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가에서, 구라 = 아름다운 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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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QTV ‘The Moment of Truth KOREA’의 MC 김구라씨와 미국 원작의 총괄 PD인 하워드 슐츠. 그 는 “김구라씨는 유머가 넘치는 진행자”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성룡 기자]

까칠할 줄 알았다. 어설픈 질문을 던지다 욕이라도 먹지 않을까 걱정했다. 툭하면 ‘막말’ ‘반말’ 사용 연예인 조사에서 일등을 먹곤하는 그다. 김구라(39)란 이름부터가 우선 상대를 압도한다.

‘구라’란 이름엔 어떤 불편함과 독설의 이미지가 두어번 덧칠돼 있다. 하지만 고백부터 해야겠다. 인터뷰 동안 이름에 대한 오해를 싹 씻었다. 시종 큭큭 웃다보니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질문에 귀를 바짝 댔다가 술술 풀어내는 ‘말빨’도 수준급이었다.

그러니 ‘구라’를 사전적 의미(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받아들여선 안 된다. 쉽게 말해 ‘구라 치다’보다 ‘구라 풀다’에 가까운 의미다. 어쩌면 그의 이름은 자신의 ‘걸쭉한 입담’을 잘 담고 있는 그릇이다.

◆“구라가 달라졌다”=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11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자정에 방송되는 케이블채널 QTV의 ‘더 모멘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The Moment of Truth KOREA)’의 MC를 맡았다. 그의 표현을 훔치자면 “남들 공격해서 먹고 살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시청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FOX TV의 인기 프로그램을 한국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일반인 출연자를 대상으로 21개의 질문을 던지고, 모두 진실만을 답할 경우 1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MC와 출연자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묘미다.

“100여개 국가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라 부담감이 큽니다. 웃기는 것보단 출연자를 잘 다독여서 진실을 이끌어내야 하는 방송이라 진행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김구라씨는 이른바 A급 MC다. 과거 인터넷 라디오에서 “남들 씹는” 방송할 때를 추억하면 아찔한 성장이다. 그의 말마따나 “6년동안 휴가 한번 못 가고 열심히 뛴 결과”다. 일주일에 공중파 프로그램 5개와 케이블 프로그램 2개를 소화하는 그다. 그래도 일에 대한 욕심은 그치질 않는다. “소위 톱 클래스인 유재석씨나 강호동씨가 일주일에 네 개씩 하는데 그보다 아래인 저는 다섯개 이상은 해야 일 좀 하는구나 하시겠죠. 하하. 아직은 일을 좀 더 해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번에 ‘The Moment of Truth KOREA’를 맡은 건 일 욕심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독특한 포맷에 마음이 이끌렸단다. “녹화 전 거짓말 탐지기 앞에서 답했던 것과 실제 무대에서 가족들과 애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답하는 것이 달라지는 미묘한 심리 전개가 흥미로웠다”고 했다. 해외 유명 프로그램의 한국판에서 단독 MC를 맡은 것에 대한 주변의 반응도 뜨거웠다. “얼마 전엔 이하늘씨가 전화를 해서 ‘나도 한번 나가볼까’라고 말하더라구요. 대박 조짐이 보여요. 덮어놓고 웃겨야 하는 프로그램과 달리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가 담겨 있어 진행자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구라의 진실 게임=그래도 마음 한 구석 염려되는 게 있다. ‘독설가’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다. ‘구라가 진실 게임을?’이란 의문이 뒤따르지 않을까.“‘구라’란 이름이 ‘거짓’이 아니라 ‘말을 열심히 푼다’는 뜻이거든요. (독설가로서의) 제 이미지는 잘 알고 있지만 이번 프로그램처럼 새로운 도전을 계속하다 보면 저에 대한 인상도 슬슬 부드러워 지겠죠. 하하.”

그는 구라를 한자로 ‘口羅’라고 쓴다. ‘(비단처럼) 아름다운 입’이란 뜻이다. 현재의 그로선 상상이 안 가는 뜻 맞춤이다. 그는 “훗날엔 내 이름을 건 시사 토크쇼나 라디오 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그 즈음엔 그의 이름에서 ‘독설’의 이미지는 지워지고 ‘아름다움’만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의 바람이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으로 입증되기를.

글=정강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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