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케이블 TV-동네 유선 칸막이 없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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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빠르면 내년부터 중계유선망 (동네 유선방송 사업자) 가입자들도 집이나 유흥업소 등에서 YTN이나 바둑.스포츠TV 등을 시청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지금은 한달에 1만5천원 (기본료) 정도를 내는 서초.동작 케이블TV 등 전국 77개 지역케이블TV 가입자들만 이런 방송을 볼 수 있지만 앞으로는 중계유선망 (현재 전국에 8백90여개로 시청료는 월 3천~5천원) 가입자들도 시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배순훈 (裵洵勳) 장관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만 재송출하는 중계유선망사업자들도 바둑TV 등 프로그램제공사업자들로부터 각종 영상물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裵장관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이같은 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다음주 당정협의회에서 확정한 후 올 정기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 제공업체로부터 독점적으로 영화 등을 제공받아온 지역케이블TV업체들의 생존이 위협받게 돼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정통부는 문화관광부와 사실상 협의를 마쳤다고 주장하지만 문화관광부 실무진은 부정적인 입장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또 현재 탈법적으로 유선망을 깔아 사업을 해온 군소 중계유선망사업자들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정통부의 이번 조치는 '불법을 양성화' 해주는 셈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어떻게 달라지나 = 현재 중계유선망사업자는 최대 12개 채널만 보낼 수 있게 돼있는데, 우선 이같은 제한을 풀겠다는 것이 정통부 방침. 또 스포츠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보내도록 해 사실상 지역케이블TV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대신 영세한 중계유선망 사업자에게는 적극 투자를 종용하는 한편, 프로그램제공사업자.지역케이블TV업체.케이블TV망사업자 (한전 등) 간 칸막이를 풀어 상호 인수.합병을 유도, 업체를 대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왜 이렇게 하나 = 케이블TV가 방송을 시작한 것은 지난 95년 3월. 그러나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적이 좋지 않아 97년말 현재 ^YTN 등 29개 프로그램 제공업체는 6천5백억원 ^서초CATV 등 전국 지역케이블TV는 1천5백47억원 ^한전.한국통신 등 케이블TV망사업자는 2천8백28억원 등 총 1조8백78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더욱 많은 적자가 예상돼 프로그램공급업체나 지역케이블TV업체 중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정통부가 이런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 이렇게 되면 프로그램공급업체들도 고객이 늘면서 수입기반이 강화돼 월 1백억원 이상의 추가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정통부 추산이다.

◇가입자들은 어떻게 되나 = 전국 7백만 중계유선망 가입자들은 KBS 등 지상파방송을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계유선망 업체들이 불법적으로 보내주는 NHK.홍콩 스타TV 등 외국 위성방송도 곁들여 시청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 채널로도 프로그램 제공업체가 제작한 공식 프로그램만 볼 수 있게 되는 것. 이 과정에서 시청자 부담은 늘어 월 3천~5천원하는 시청료가 2천원 정도 올라갈 전망이다.

◇문제는 없나 =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당초 지역케이블TV에는 독점적인 프로그램 방영을 보장하는 대신 난시청지역 주민을 위해 중계유선망사업자를 둔 것인데, 사정이 어렵다고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꿔버렸다.지역케이블TV 사업자들이 강한 반발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裵장관은 "기존 지역케이블TV 업체들도 구조조정 대상" 이라면서 "중계유선망사업자들이 지역케이블TV를 인수하도록 독려 중" 이라고 밝혔지만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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