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관련 논란]경차광고 심의 '恐日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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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큰차 비켜라 - ' 를 내세운 어느 경승용차의 TV광고. 초대 모델은 거구의 서양 프로레슬러였고 고질라와 타조가 뒤를 이었다.

사실 이 광고의 1대 모델은 레슬러가 아니라 스모선수였다. 내용은 레슬러 편과 거의 비슷했다. 경승용차에 놀라 스모선수가 36계 줄행랑을 놓는 것.

3월초 승용차 광고제작사가 이 광고를 방송위원회에 사전 심의용으로 제출했다. 결과는 방송 불가능. '일본' 이 담겨있다는 이유였다. 광고제작사는 이의있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스모는 선수가 도망치는 모습은 세계 최고라는 일본 차도 광고의 주인공인 경승용차를 당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라는 것. 곧 시장개방으로 일본 차가 밀려올 때까지 대비한 광고라는 설명이었다.

하긴 아직 일본을 편치 않게 생각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볼 때 광고 전문가들이 괜히 스모선수를 등장시켰을 리는 만무하다.

돈들여 광고 냈다가 오히려 손해 보려고. 하지만 재심의도 결과는 '불가' .일본을 강하게 상징하는 스모는 어떤 이유라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 방송위의 견해였다.

결국 제작사는 부랴부랴 레슬러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혹시 반감이 일지는 않을까. 전문가가 이모저모 살펴 만든 광고도 '일본' 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버려야하는 현실. 우리는 단순히 반일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일본을 두려워하는 '공일 (恐日)' 병을 앓고 있는 것만 같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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