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감각적 구두, 화려한 옷보다 빛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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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잡지 화보나 광고에서 보는 구두는 하나같이 근사하다. 그런데 선뜻 구입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너무 화려한 색상, 너무 과감한 디자인이라는 생각에 ‘나한테도 어울릴까?’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여성의 이런 일반적인 고민에 대해 구두 전문가 송은희(43ㆍ사진)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섹시한 구두’로 꼽히는 명품 브랜드 ‘체사레 파초티’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사장이다. 최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화려해 보이는 구두를 잘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화룡점정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패션 감각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구두 선택에는 너무 보수적이죠. 패션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람들은 구두 선택에 민감합니다. 나이 많은 남자들도 전통적인 정장을 입고 자기만의 감각이 돋보이는 구두를 신어 세련미를 뽐내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너무 화려한 옷을 고르는 것보다 눈에 띄는 구두를 택하는 게 훨씬 세련돼 보입니다. 작고 강하게 힘주라는 거죠. 체사레 파초티의 20㎝짜리 황금색 하이힐, 무릎을 덮는 긴 부츠, 정열적인 진홍색 구두는 몸 전체를 차지하진 않지만 그 사람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주죠. 화려하다고 해서 꼭 뭔가 이것저것 많이 달린 걸 의미하진 않아요.”

체사레 파초티 2009 가을겨울 컬렉션

그는 올여름 거리에서 섹시하게 보일 만한 구두 연출법을 추천했다. “검정이나 회색 등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꾸민 옷을 입고, 통굽의 원색 샌들을 신어 보세요. 검은색 구두라도 재질이 독특하면 눈에 띄죠. 도마뱀 무늬나 표범 무늬처럼 자연에서 얻은 화려한 패턴의 구두들은 품위와 멋을 동시에 충족시키죠.”

대부분의 여성이 ‘화려한 구두일수록 사치품’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구두가 아무리 비싸도 집에 모셔놓고 보는 장식품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요. 구두는 매일매일 사람의 발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필수품이에요. 매일 신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가죽이 벗겨지고 굽도 무뎌지죠.” 맘에 드는 섹시한 명품 구두를 사고 그것에 흠이 나는 걸 속상해 하지 말라고 그는 얘기한다. “생활필수품이니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낡고 닳죠. 구두 회사 사장으로서 더 많이 팔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구두가 그 상태가 될 때까지 신어선 안 돼요.” 그는 아무리 좋아하는 모델이라도 1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신지 않는다고 했다. “맘에 드는 구두를 서너 켤레 마련해 두고 번갈아 신으면 좋아요. 구두는 처음부터 보관을 잘해야 모양도 잘 잡히고 오래 예쁘게 신을 수 있답니다. 발 건강에도 좋고. 이렇게 번갈아 신으면 매일 좋아하는 다른 구두를 신는 게 되니까 기분도 즐겁죠.”

마지막으로 그가 귀띔한 체사레 파초티만의 ‘섹시한 구두 만들기 비법’은 이랬다. “모든 여성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섹시하고 높은 힐의 구두를 원합니다. 그런데 불편하죠. 그래서 구두 디자이너 파초티는 신발 안에 ‘깔창’을 더 넣어 디자인해요. 이러면 겉으로는 8㎝짜리 힐로 보이지만 신는 사람에게는 5㎝짜리를 신은 것처럼 편안하죠.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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