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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수출만은 꼭 살려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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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출이 걱정이다.

4월까지만 해도 금모으기운동 등에 힘입어 그런대로 수출이 증가했으나 5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감소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7월에는 감소폭이 두자릿수에 이르러 13년만에 최악의 감소폭을 기록하는 극심한 부진을 보이고 있다.

환율 1, 400원은 돼야 이대로 가다가는 올 수출의 연간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리나라 수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수출이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올해 수출부진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출이 이처럼 큰 폭으로 감소한다면 우리 경제는 늘어나는 기업도산과 실업자를 해결할 길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수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요, 우리 경제회생의 돌파구다.

물론 수출이 늘기 위해서는 세계경기가 좋아 해외수요가 뒷받침돼야 하고, 기술개발.인재양성 등을 통한 품질향상 등이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 수출은 이런 문제들을 논할 만큼 한가하지 못하다.

우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해결해야 될 절박한 상황에 있다.

먼저 원화환율을 최소한 1천4백원 수준으로 회복시키고, 이 수준에서 안정시켜야 한다.

일본.대만 등 경쟁국 통화의 환율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원화는 7월 한달에만 무려 10%나 떨어졌다.

더구나 엔화에 비해서는 올해 들어 20%나 절상됐다.

원화환율이 달러당 1천4백원대일 때 국산 소형승용차의 수출가격은 일본산에 비해 10% 정도 저렴한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원화강세로 이제는 일본차와의 가격차이를 유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밀리는 국산차가 일본차와 경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철강.선박.전자.전기 등 대부분의 주종 수출품들도 마찬가지다.

무협 (貿協) 조사에 의하면 무역업계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율수준을 최소한 달러당 1천3백80원, 엔화당 10원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수출상담조차도 안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된다.

다음에는 무역금융의 문제다.

정부는 그동안 무역금융의 원활한 공급과 집행을 위해 여러가지 다양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무역금융의 집행실적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저조하고 기업의 불만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기업이 무역금융상의 애로 때문에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 우리 기업의 신용상태는 극도로 나쁘다.

경기부진으로 기업수익은 떨어지는 데다 대출금 연체 및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이 기업대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기업에 대해서도 무역금융을 허용해야 한다.

사실 대기업도 자금난을 겪기는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며,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중소기업보다 더욱 심각하다.

대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이라 할 수 있다.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수출품을 제조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대행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금융 애로 해소를 또한 내수부양도 시급하다.

우리는 지금 절약을 통해 국제수지 흑자를 유지해 외채를 갚아야 할 상황이지만 적당한 소비는 국제수지 흑자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우리 기업은 대부분 수출과 내수를 겸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내수시장이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은 생존 자체도 어렵다.

기업이 살아야 수출도 가능하고, 수출을 해야 외채도 갚을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수출의 중요성을 알고 있고, 수출만이 살 길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모든 정책이나 각 경제주체의 행동이 말과 일치된다고 할 수는 없다.

경제주체마다 사정이 있고, 또 고통도 수반되겠지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입장과 위치에서 수출지원에 최선을 다할 때 수출과 경제가 회생되고, 우리 자신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황두연(무역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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