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철의 증시레이더]안개속 조정국면 우량주 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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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예상대로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을 주도할 세력이 없고, 주도주가 없는 상태에서 당연한 현상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거래동향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토) 의 거래량은 6, 830만주로 한 주전 6, 879만주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나 거래대금을 비교하면 이 날의 2, 952억원은 한 주전 3, 580억원의 82%에 불과하다.

이는 거래가 저가주, 즉 부실주 또는 중소형주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유동성' 을 재료로 한 순환주기가 사실상 일단락됐음을 말한다. 특히 건설주의 막판 상승은 흥미롭다.

주택가격 하락이 부분적으로 주춤한 것은 사실이나 본격적인 주택경기의 상승을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발주공사를 중심으로 한 토목건설사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금리인하.경기부양 등의 재료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대기매수세를 나타내는 고객예탁금은 22일의 2조3천억원을 고비로 증가세가 꺾여 지난 주말까지 3천억원 가량 감소했다.

금리인하가 시중자금을 주식시장으로 몰아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대목이다. 돈은 실제 자금시장펀드 (MMF) 나 단기공사채형 투신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외국인은 매도.매수를 모두 줄인 모습이다. 펀드매니저들이 휴가를 떠나 주문이 줄어든 측면도 있지만 모건스탠리지수의 한국비중 확대가 얼만큼 위력을 발휘할 것인지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최소한 1조원 정도는 들어오지 않겠느냐는 증권사들의 추정이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중확대를 알면서도 매수를 망서리는 이유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닐까. 가령 급격한 국내소비위축이나 수출감소에 무게를 두면서 금융및 기업구조조정을 좀 더 지켜보자는 생각일지 모른다.

더욱이 미국 주식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상당한 자금이 신흥시장, 그 중 일부는 한국으로 옮겨올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신흥시장은 94년을 고비로 인기가 시들해졌고 아시아경제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오히려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구원투수' 를 포함한 새 내각 출범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엔화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달러당 145엔을 넘어 약세행진을 계속한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시장은 또 다시 한바탕 홍역을 치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이번 주는 약세속에 개인투자자들의 개별종목 중심의 매매가 시장을 좌우할 것이다. 단기매매로는 반기실적 공표를 앞둔 시점에서 재무구조가 견실하면서 실적향상이 기대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월중반 이후 새로운 순환상승이 시작될 것으로 믿는 투자자들은 블루칩 가격을 주시하면서 원하는 매수시점을 포착하도록 노력해볼 만하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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