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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가 할퀸 지리산]유가족표정·구조작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 "입장할 때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한마디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

가족과 함께 지리산 대원사계곡에 야영을 하다 아내 朴미선 (33) 씨와 아들 (13).딸 (11) 양 등 일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은 崔종일 (39.진주시가좌동) 씨는 2일 진주의료원 영안실에서 넋을 잃은 채 "기상청은 물론 지리산국립공원 관리자도 주의하라는 당부를 전혀 하지 않아 안심했다" 며 울먹였다.

崔씨는 대원사 계곡의 계곡물이 불어 야영장을 덮치면서 가족들 모두가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갔고 어딘지도 모르는 계곡에서 겨우 정신을 차려 삼장면사무소에 가족 실종신고를 했다가 1일 오후에 가족들의 시신을 찾았다.

*…1일 경남하동군옥종면대곡리 덕천강변에서 5명의 가족을 잃은 沈규호 (38.부산시북구구포동) 씨는 장모와 처남을 비롯, 애지중지 하던 두 딸과 조카를 한꺼번에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沈씨는 모두 12명의 가족을 떠내보낸 뒤 얼마안돼 비보를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왔으나 이미 혜영 (12).현아 (7) 양 등 두 딸을 비롯 5명의 가족이 급류에 휩쓸려간 뒤였다며 망연자실. 沈씨는 다른 가족들과 함께 2일 새벽까지 나머지 실종가족들이 무사하기를 기원, 덕천강변을 막대기로 휘저으며 수색작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헛수고.

*…피아골 근처 구례군토지면 기촌마을에 설치된 상황실에는 실종자가족들이 몰려들어 시신 발견소식을 기다리며 애태우는 모습들. 이들은 구례군청 직원들이 2일 아침이 됐어도 1명도 나오지 않고 분양소 설치와 앉을자리 마련 등 유가족들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않자 분통을 터뜨리며 항의.

*…지리산 계곡의 폭우로 숨진 야영객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남 진주시내 진주의료원은 1일의 경우 사망자와 실종자를 확인하기 위해 크게 붐볐으나 2일에는 대다수의 유족들이 시신을 고향 등으로 옮기면서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 4~5명 정도의 울음소리만 들리고 있는 상태.

*…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호우사망자에 대해 '보상금' 이 아닌 '위로금' 을 지급할 계획. 이는 천재지변으로 사망하는 사람에 대해 1인당 세대주는 최고 1천만원, 세대원은 5백만원까지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것으로 재해대책협의회가 천재지변에 의한 재해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주민등록이 올라있는 시.군에 통보 수령하게 된다.

*…2일 오전 8시쯤 경남함양군유림면 장황마을 앞 하천에서 뱀사골 실종자로 보이는 시신 1구가 발견됐으나 훼손정도가 심해 신원확인에 어려움. 1백65㎝의 키에 머리와 눈이 큰 20대 중반의 이 남자 시신은 뱀사골에서 8㎞ 떨어진 함양까지 떠내려 오는 동안 머리와 손발이 크게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에 따라 유족들 사이에 시신의 여러가지 특징을 비교해 가며 자기가족임을 주장하는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원사 계곡에는 아마무선봉사회 등 순수 민간단체들이 속속 실종자 구조작업에 참여. 진주 아마무선봉사회 (회장 崔우진.43) 는 참사가 발생한 1일 오후 회원 10명으로 '지리산재난구조통신대' 를 구성, 구조작업에 나서 1일 오후 대원사 일주문 3백m 지점 계곡에서 고립된 야영객 23명을 구조.

또 한국해양구조단 부산지구대 대원 8명도 1일 오후 대원사 입구주차장 밑 계곡에서 7세 가량의 남자 아이 시신을 발굴한데 이어 2일 오전 7~8세 가량의 여자 시신을 추가 발굴.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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