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을 얻는 연설문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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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외고 회장단은 연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약속’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회장 서원교(회장), 조혜연(부회장)양, 이상헌군.

<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여러 사람 앞에서 자신의 주의나 주장을 펴는 연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떠나가게 할 수도 있다. 올해 경기외고 총학생회장단으로 선출된 서원교(회장), 이상헌군·조혜연(부회장)양이 대중의 공감을 얻는 ‘연설의 기술’을 소개한다. 

< 이지은 기자ichthys@joongang.co.kr >


참신한 변화를 약속하라
학생들은 연설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의 약속’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군은 “대표가 된다는 것은 학생들이 불편해하는 무언가를 바꿀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됨을 뜻한다”며“학생들이 원하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는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화를 약속하려면 현재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작년 대교재단이 명지외고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경기외고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규칙·제도가 달라졌다. 바뀐 제도들의 장점도 많지만 일부는 혼란 및 불편도 야기했다. 학생들의 불만을 몸소 겪은 회장단은 이에 주목했다. 이상헌군은 “출마를 준비하면서 학교가 많이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학교의 의도와 다르게 학생들이 불편해하고, 바꾸기 원하는 사항을 7가지로 정리해 제시했다”고 말했다.

가려운 곳을 긁어라
서회장단이 내건 첫번째 공약은 방과후 의무특강(ASG)의 폐지. 7교시 정규교과수업이 끝난 뒤 매일 진행되는 ASG수업을 원하는 학생만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다양한 종류의 교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ASG는 경기외고의 단골자랑거리. 하지만 자습시간이 줄어들고 장시간의 정규수업으로 지친상태에서 이뤄지므로 전체인원 의무 참석규정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군은 “ASG를 의무특강이 아니라 선택특강으로 바꾸면 학생이 필요할 때만 들어도 돼 효율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며 “학생들의 마음을 잘 읽었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말했다.

기숙학교 특성상 자율성이 제한되는 부분의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것이 자습시간의 자율화. 서군은 “예전에 비해 자습시간이 30분 줄어들고 시험시간에도 새벽2시로 자습시간이 강제제한돼 공부의 자율성을 억압당했다”며 “시험기간에 자율적으로 자습실을 개방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설확충, 의무간식의 자율화 등 학교와 학생 사이 의견이 매끄럽게조율되지 못했던 사항을 잘 정리해대안을 마련,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기발하게 전달하라
공약을 잘 담은 연설문을 만들었다면 전달방법이 포인트다. 조혜연양은 “어떻게 해야 참신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탄생한 단어는‘혭틱(HYEPTIC)’. 최신 휴대폰 햅틱(HAPTIC)과 자신의 이름(HYEyeon)을 합성해 만들었다. 조양은“최신 버전의 다양한 기능처럼 학교를 위해 참신하게 일하는 회장단의 이미지를 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구두연설을 한 경쟁후보와 달리 단상 뒤의 스크린을 활용해 애니메이션을 첨부한 프레젠테이션은 뜨거운 호응을 얻어냈다. 색다른 방식에 학생들의 관심이 쏠렸다. 조양은“연설은 내용 못지않게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청중들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연설 아이디어도 탄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TIP
공감을 얻는 연설문 작성법
1. 현재를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낸다.
2.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몇 가지로 정리한다.
3. 공약은 간단하고 명료하게 제시한다.
4.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참신한 문구를 활용해 홍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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