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희갑 대구광역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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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문희갑 (文熹甲) 대구시장은 정열적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지난해 회갑을 넘겼지만 '일' 에 관한한 젊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념이 강하다.

지금도 간부회의 때면 국장들에게 "일 좀 열심히, 제대로 하라" 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별명이 '핏대' 다.

그러나 그는 이 별명에 대해 별로 탐탁해하지 않는다.

95년7월 초대 민선대구시장으로 취임한후 재선된 지금까지 출장때 수행원 없이 다닐 정도로 검소한 면모도 갖고 있다.

80년대에 예산실장,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을 맡은 경제전문관료출신이기도한 文시장을 만나 어떻게 하면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있을런지를 들어봤다.

- 두번째 시장직을 맡았습니다. 시정의 역점을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민선1기때 착실히 실천했던 여러가지 계획은 막바지에 IMF (국제통화기금) 사태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번 선거때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눈으로 생생하게 봤습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시민의 뜻을 따르는 행정을 펴겠습니다. "

- 95년 선거때부터 '경제시장' 을 내세웠지만 대구경제를 살리는데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과거 우리경제는 외형적인 고도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변화하는 세계경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어요. 산업구조 조정시기를 놓쳤다는 얘깁니다.

이것이 경제위기를 가져왔어요. 대구 경제도 주종산업인 섬유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패션산업 등으로 신속하고도 적절하게 개편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대구공항의 국제공항화.종합유통단지및 무역센터건립.위천공단건설 등 내가 추진해온 여러 사업들이 장기적으로는 대구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

- 경제난으로 실직자가 쏟아지고 생활고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께서도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지요.

" (잠시 머뭇거리다) 사실 고등학교 다닐때 연탄 배달을 했습니다.

선대 (先代)에는 우리집도 달성군에서 소문난 부자였어요. 그런데 자유당 정권의 토지개혁으로 땅을 빼앗긴 뒤 엄청나게 생활이 어려워졌어요. 어머니가 혼자 농사를 지으시면서 우리 7남매를 키우셨지요.

고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 상대에 합격했지만 돈이 없어 등록을 못했어요. 결국 장학금을 받기 위해 국민대 법과에 입학했지요. 군에도 장교로 입대해 받은 월급을 모두 집으로 보냈어요. 결혼후에는 7년 동안 사글세방을 전전했었죠. 나중에 돈을 빌려 서울마포구합정동에 집을 장만했는데 그 돈을 갚느라 죽을 고생을 했지요. "

- 그같은 경험이 文시장을 '일벌레' 로 만든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프로이센 (독일) 의 철혈재상 (宰相) 비스마르크는 '일하라. 더욱 일하라. 죽을 때까지 일하라' 고 했어요. 골프를 칠 때나 낫으로 풀을 벨 때를 생각해 보세요. 같은 일을 하는데도 어떤 사람은 재미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재미없다고 합니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지요. '열심히 살겠다' 고 결심하면 일도 재미있는 놀이가 되고 괴로움도 즐거움으로 바뀌는 법입니다.

그래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

- IMF사태로 시민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고비가 있습니다.

20년대말에는 미국과 유럽이 대공황을 겪었고, 부국 (富國) 이스라엘도 IMF를 겪었습니다.

이들이 당시에 어떻게 살았습니까. 뼈를 깍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신념을 버리지 않았어요. 이를 악물고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져야 합니다.

많이 배우고 좋은 직장을 다녔던 사람도 일자리를 잃었다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이를 실천하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용기를 잃지않고 도전하면 또다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우리 대구시도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

-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시민정서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대구 사람 개개인은 아주 우수하지만 단결이 되지 않는게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구사랑시민회의' 등 각종 단체들의 활동과 시민들의 자각으로 이같은 문제점이 상당히 고쳐지고 있어 다행입니다. "

- '대구' 가 어떤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한 마디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쾌적성' 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활한 교통.깨끗한 환경에 각종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도시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도시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간접자본을 충실하게 늘려가야 합니다. "

대구 = 홍권삼 기자

[문희갑 대구광역시장 프로필]

^37년 대구달성서 출생

^56년 경북고 졸업 ^63년 국민대법학과 졸업

^6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행정학석사)

^67년 제5회 행정고등고시합격

^82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85~88년 경제기획원 차관

^12, 13대 국회의원

^87년 한일각료회담 대표

^89년 금융거래실명제준비단 단장

^88~90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장관급)

^93년 미국 예일대학교 환경대학원 객원교수

^94년 계명대 초빙교수

^95년~현재 대구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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