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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2천여명 5일 건봉사서 '염불만일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인천광역시의 모 (某) 부대 주임원사인 김기곤씨 (54) .그의 가족은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 넷까지 수계 (受戒) 의식까지 받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경제난국의 원인도 김씨 가족은 우리 국민의 탐심 (貪心) 으로 돌린다.

이제 김씨 가족은 자신들부터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염불만일회 (念佛萬日會)' 에 참여하기로 했다.

오는 5~7일 강원도고성군 건봉사에서 입제식을 갖는 염불만일회. 1만일, 무려 27년5개월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염불한다는 이 결사에 불자들 2천여명이 모였다.

회향 (回向) 은 2026년초. 공동대표는 해장스님 (건봉사주지).보광스님 (동국대교수).김재일법사 (동산반야회장) 등 3명이 맡았다.

김씨처럼 경제난국을 극복하자는 염원을 품은 사람에서부터 사후 극락왕생하겠다는 사람까지 기원도 다양하다.

경남김해시진영읍에서 진례지게차를 운영하는 김영우씨 (47) 의 경우 "혼탁하고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에서 온갖 번뇌를 떨쳐버리고 청정한 마음을 되찾는데는 염불이 최고" 라고 강조한다.

염불은 불자가 아니어도 익히 잘아는 '나무아미타불 (南無阿彌陀佛)' 이면 그만이다.

나무아미타불은 대승불교의 가장 중요한 부처의 하나로, 서방극락세계의 교주인 아미타불을 부르는 명호 (名號) .불가에서는 아미타불이 부처가 되기 전에 나무아미타불을 10번이라도 지긋하게 외우는 사람들은 극락왕생하도록 하겠다는 원 (願) 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이렇듯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사후 극락왕생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현세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미타불 자체가 무량수 (無量壽).무량광 (無量光) 을 뜻하기 때문이다.

죽고 사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한량없는 좋은 빛을 발하면서 사노라면 그게 바로 지고의 행복이 아닐까. 그렇다면 염불에도 어떤 '요령' 이 있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서 염불하는 방법이나 시간을 달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이들에게는 매우 어렵긴 하지만 염불선 (念佛禪) 을 권한다.

입으로는 나무아미타불을 외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선 (禪) 의 경지로 몰입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아미타불을 외우고 있는 이것은 뭐꼬' 라는 화두를 붙잡고 늘어져도 좋을듯하다.

중국의 고사에는 이렇게 하여 견성 (見性) 한 선사들도 많다.

또 아미타불을 머리속으로 떠올리며 염불에 빠지는 것도 아이디어다.

이렇게 관상 (觀想) 하다 보면 아미타불의 빛이 온몸에 와닿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

아니면 '정직하게 살겠다' 는 식으로 한가지 원 (願) 을 세우고 그 발원에 어긋나지 않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도 좋다.

염불만일회의 기원은 중국 수나라의 혜원 (慧遠) 선사 (523 - 592) 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때 승려인 발징화상 (發徵和尙) 이 758년에 건봉사에서 처음 염불만인회를 열었다.

그후 기록상으로는 건봉사에서 19세기에 네차례 더 열려 이번이 건봉사 염불만일회로는 여섯번째로 꼽히지만 옛날에 많은 절에서 선원과 강원 외에 염불당을 별도로 두었던 것으로 미뤄 염불만일회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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