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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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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나는 습관적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외계 행성 탐색 웹사이트를 방문한다. 어제까지 보고된 바에 의하면 태양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297개의 별 주위에서 모두 353개의 행성체가 발견됐다고 한다. 행성계로서 그동안 태양계가 누리던 독존(獨尊)에 큰 흠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가톨릭 교회의 철학자 수도승이었던 브루노가 우주에 수많은 세상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생명이 사는 곳도 많다고 주장했다가 교회로부터 큰 화를 당한 게 1600년이었다. 1609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처음 달을 관측하고, 그 이듬해 목성 주위에서 네 개의 위성을 발견한다. 행성 운동에 관한 케플러의 법칙이 발표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한편 네덜란드의 하위헌스는 1690년께 출판된 자신의 저술에서 토성에 ‘거주민’이 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놓았다. 그러고도 300여 년이 더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생명의 존재가 실제로 확인된 예는 오직 지구 하나뿐이다.

화성은 물론이고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타이탄 등에서 생명의 흔적이나 현존 증거를 찾으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화성은 그렇다 쳐도 왜 하필 위성에서 생명을 찾으려 하는가. 기체 덩어리인 목성과 토성에는 생명이 발붙이고 살 만한 고체 표면이 없기 때문이다. 태양계 중 지구 이외의 장소에서 생명의 존재가 장차 확인된다 하더라도 우리와 같이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는 아닐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주 유일의 지적 존재란 말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태양 이외의 별들 주위에 지구와 같은 고체 행성이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할 것이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검출된 총 353개의 외계 행성들은 질량이 목성 정도이거나 이보다 훨씬 무거운 거대 기체 행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지구형의 고체 행성이 전무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기체 행성이지만 행성을 다섯 개나 거느린 별이 이미 하나 확인됐고, 여태껏 발견된 행성의 수가 별보다 월등히 많다는 사실로 미루어 중심별 297개 중 상당수는 지구형의 고체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별의 생성 과정을 봐도 행성계의 출현이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구형 행성의 발견은 시간문제라 하겠다.

지구형 행성을 찾기 위한 우주선들이 앞으로 15년 동안 속속 발사될 예정이다. 일부는 우리나라 연구진도 참여한다. 공략 목표는 행성이 하나 이상 발견된 297개의 별이다. 그 다음 15년 동안 생명 검출을 목적으로 하는 우주선들이 또 한 차례 지구 밖으로 보내질 것이다. 그때의 공략 대상은 물론 그 사이에 발견된 지구형 행성들이다. 그러므로 외계 생명의 존재도 우리 생애 안에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날이 오면 지구인의 생각에 어떤 변혁이 일까? 신(神) 문제 하나만 짚어 보자. 성서는 하느님이 당신의 모상을 따라 인간을 빚으셨다고 전한다. 종교를 부정하는 이들은 반대로 사람이 사람의 모상을 따라 신을 창조했다고 한다. 성서가 얘기하는 모상이 사람 육체의 겉모습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종교적 경험의 뿌리가 초월적 절대자에게 닿아 있다는 뜻일 터이므로 나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종교적 경험을 비교할 그날을 고대한다.

홍승수 서울대 교수·물리천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