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아시아] 중국 인터넷 이중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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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청소년들이 지난 24일 상하이의 한 인터넷카페에서 온라인 축구게임을 즐기고 있다. [상하이 AP=연합]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疎而不漏)'. '하늘이 친 그물은 넓다, 성긴 것처럼 보이나 결코 새지 않는다'는 말이다. 중국 경찰 시스템을 비유할 때 자주 인용된다. 공안(公安.경찰)과 무경(武警.폭동진압 경찰),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대륙 전체를 마치 '천망'처럼 덮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의 막강 수사망도 어쩌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한 8000만 '왕민(網民.네티즌)'의 물량공세는 엄청나다. 중국의 사이버 경찰도 두 손 들기 일쑤다. 인터넷 카페를 연중 단속하고, 반체제.포르노.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린 네티즌을 아무리 잡아들여도 사이버 공간은 확산일로다. 고민 끝에 중국은 새 처방전을 썼다. 달콤한 조치를 앞세우면서 새로운 채찍도 준비하는 것이다.

◆반체제 네티즌에 관대한 처분=상하이(上海) 인민법원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국가전복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된 두다오빈(杜道斌)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민주와 언론자유에 대한 수필을 온라인상에 연재해온 인물이다. 지금까지 이런 혐의는 2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돼 왔다. 이번 판결에 해외 인권단체들은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여론 수렴도 인터넷으로=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네티즌들의 의견을 공모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진 중.일 관계의 개선 방안이 주제다. 공모엔 일반인은 물론 정부 당국자.학자.기자 등 광범위한 계층이 참가했다. 탁월한 의견은 매주 1회 인민일보에 게재됐다.

중국의 당 기관지가 사이버 공간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사이버 공간은 반체제 인사들이 주로 이용해 왔다. 중국 국무원 신식산업부(信息産業部.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스스로가 인터넷에 대한 금기와 편견을 버렸음을 보여주기 위한 정책적 배려"라고 설명했다.

당 기관지뿐 아니다.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국회 격)도 인터넷 이용에 열심이다. 지난 3월 전인대에 참석한 대표들은 저마다 노트북 컴퓨터를 하나씩 들고 나타났다. 지역 주민 의견을 즉석에서 수렴해 회의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산시(陝西)성의 천이헝(陳義衡)대표는 "토의 주제를 홈페이지에 올리면 즉각 인민들의 의견이 쏟아진다"고 소개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친츠장(秦詞講)대표는 "인터넷은 정책에 관한 여론이 흐를 수 있는 효과적인 강(江)"이라고 평가했다.

◆통제는 더욱 죈다=중국 정부 산하의 '중국인터넷협회'는 지난달 10일 '위법.불량정보 통보센터'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이버 공간 내 폭력행위.포르노.반정부행위를 고발하는 창구다. 인터넷협회는 사이트 개설 취지를 통해 위법.불량정보를 규정했다. 바로 ▶포르노▶국가안전 위협▶국가기밀 누설▶정권 전복 기도▶국가통일 파괴▶사회질서 교란 등의 정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사이트는 반드시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신고하면 상당한 포상을 해준다고 밝혔다.

이 덕분인지 몰라도 한달 만에 무려 1344건이 신고됐다. 공안이 즉각 개입해 관련자를 구속하고 사이트를 폐쇄시켰음은 물론이다. 기존의 인터넷 수사 기능도 대폭 강화했다. 전담 수사인력을 기존의 두배가 넘는 3만명으로 늘리고 장비.예산도 확충했다. 해외전문인력을 초빙하고 인터넷 수사 전문교육기관도 수립했다. 그 성과가 나타났다. 최근 '헌법개정포럼'등 급진 반체제인사들이 결성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내 관련자 전원을 체포했다.

일부 네티즌 단체는 상하이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을 새로운 기만전술이라고 본다. 이들은 상하이 당국의 새 조치를 예로 들었다. 즉 상하이 당국은 포르노 단속용이란 구실로 모든 인터넷 바(Bar) 이용자들에게 전자신분증 등록을 의무화했다. 네티즌에 대한 추적과 감시를 쉽게 만드는 조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분교의 인터넷 연구소인 '중국인터넷프로젝트'의 샤오창(蕭强)소장은 "상하이 법원 판결을 내세우며 중국 정부는 '보라! 우리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네티즌을 안심시키려는 얕은 속임수"라고 경고했다.

진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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