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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난세의 지혜'관련서 봇물…현실도피 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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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름철 출판가에 '영웅바람' 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칭기즈칸과 나폴레옹. 동서양 영웅의 '대회전' 이 벌어진듯 관련 소설이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칭기즈칸을 보면 지난해말 나온 일본작가 진순신의 '칭기즈칸 일족' (한국경제신문사刊)에 이어 최근 '토정비결' 의 작가 이재운의 장편소설 '천년영웅 칭기즈칸' (해냄) 이 나왔다.

그리고 산문집 '칭기즈칸은 살아있다' (강) 와 '칭기즈칸' (현실과 미래) 도 가세해 열기를 더하고 있다. 나폴레옹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월 일본 작가 NS 류지의 '영웅 나폴레옹' (오늘) 이 출간됐고 이번 주말 프랑스 작가 막스 갈로와 장 폴 카우프만의 장편 '나폴레옹' 이 각각 문학동네와 세계사에서 나온다.

또한 최근 서점가엔 진시황.클레오파트라 관련서도 2~3종 이상 나오며 한바탕 '영웅들의 혈투' 가 전개되고 있다.

이들 소설들의 한결같은 모토는 지략과 용기로 난세를 헤쳐간 영웅들의 삶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를 찾자는 것.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 시대에 진정 영웅이 필요하냐는 것. 출판계 일각에서는 시대가 아무리 어렵다고 영웅들에 기대려는 것은 오히려 위기 극복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난국의 진앙지는 '영웅부재' 보다 '자성부족' 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 특히 한 개인의 걸출한 행동에만 시선을 고정하는 것은 자칫 '시대착오적'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차재호 교수는 "사람들이 위축되면 대체로 권력욕구가 커지는 동시에 현실로부터의 도피심리도 확산된다" 며 "난세일수록 흩어진 마음을 가다듬고 평상심을 되찾아야 한다" 고 진단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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