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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서울대 개혁안의 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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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서울대가 내부 구조조정을 앞두고 들끓고 있다.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으로 가기 위한 내부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학과간 이해와 의견이 상충하면서 심각한 내부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대의 개혁방향은 현재 계열별.학과별의 어중간한 학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대학원중심 연구대학으로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부대학 정원은 줄이고 대학원 중심의 심화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을 양성하자는 계획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서울대가 개혁의 견인차가 돼 대학원 대학의 모델을 세워보자는 게 새 정부의 교육개혁안이기도 하다.

응당 가야 할 길인데도 여기서 왜 문제가 생겨나는 것일까.

첫째, 대학의 기본틀을 바꾸는 개혁안이라면 상당한 연구와 토론을 거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터인데 지나치게 졸속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전문대학원의 위상마저 분명하지 않다.

기본안인 2년+석사4년이 대학원 학제가 된다면 문제가 여간 복잡해지지 않는다.

원래 대학원중심 교육이란 학부에선 인문.기초과학의 보편적 교육을 충실히 받고 세밀한 전공은 대학원에서 하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안은 학부대학은 마치 종래 교양학부 형식을 답습하거나 전문대학원을 가기 위한 예비학교처럼 잘못 제시하고 있다.

둘째,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강화하자는 대학원중심 교육이 자칫하면 기초학문의 싹까지 잘라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개혁의 기본틀인 2년+대학원제로 갈 경우, 대부분 학생들이 법과대학원과 의과대학원으로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기초학문을 배워야 할 2년은 대학원 진학을 위한 또 다른 고시과정이 될 것이고 학문의 기본자리를 지켜야 할 기초과학은 학과도, 전공교수도 없는 대학원 진학용 학원으로 전락할 것이다.

기초과학.인문과학이 설 자리가 어디에도 없다.

계열별 6개 대전공을 학부대학에 두되 학과를 대학원 아닌 대학에 두면 이런 문제점을 다소 해소할 수 있다.

셋째, 기존 사회제도와의 병행적 개혁 없이 서울대 개혁만으로 사회적 합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 정부에서 법조인 양성체제 개혁안이 나왔고 미국식 법과대학원안이 구체적으로 제기됐지만 끝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법조인이나 의사 양성체제는 그대로인데 서울대만 법과대학원.의과대학원일 경우 과연 제대로 된 교육개혁이 될 수 있을지 정부쪽에서 깊은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전체 체제와 연관된 개혁일 경우 정부내에서도 개혁의 맥락을 같이해 나가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뿐 아니라 개혁추진도 순조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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