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전수칙 지켜 맞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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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우리 애 주사 맞아도 괜찮겠지요?" (K씨.26.현저동) . "저도 별 일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P씨.35.S병원 소아과전문의) . DPT (디프테리아.백일해.파상풍).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맞은 후 사망한 영아들 소식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예방접종할 아이를 둔 보호자나 의료진 모두가 예방접종 실시를 불안해 하고 있다.

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회는 DPT.소아마비 접종백신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된 예는 지난 5월 창원시보건소에서 백신 과민반응 (아니필락시스) 으로 사망한 강모군 (사망당시 2개월) 뿐이라는 게 공식입장. 나머지 4명의 사망 어린이는 최종적인 부검.약물검사 결과가 나와야 확실해지지만 현재로선 백신접종을 사망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 따라서 일선 의료기관에 예방접종안전수칙을 준수하면서 예방접종을 계속 실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망어린이가 접종한 것과 동일한 회사의 동일한 제조번호 (로트번호) 를 가진 주사약들은 이미 사용중지 지시가 내려진 상태. 로트번호란 같은 날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의미한다.

백신은 식품의약청에서 14가지 검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후 시판된다.

따라서 백신기피는 국가가 안전성을 보장한 제품을 불신하는 셈.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선 "국내에서 검증됐다 하더라도 미국질병통제센터 (CDC)에 의뢰해 안전성검증을 한 번 더 받았으면 좋겠다" 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 국가기관의 신뢰도를 다른 국가기관이 검증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국내 백신관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판된 백신을 정기적으로 수거해 독성검사 등 약효를 재평가하는 사후관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확인된 백신을 맞고 강군처럼 과민반응으로 사망할 확률은 1백만분의 1.반면 디프테리아는 예방접종이 보편화되지 않던 50년대까지만 해도 치사율이 약 10%나 됐던 병. 파상풍도 예방접종을 안받은 상태에서 감염되면 치사율이 10~30%에 달한다.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는 면역이 안된 상태에서 환자와 접촉하면 발병율이 90%나 되며 경련.폐렴.뇌증 (腦症)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막연한 백신접종기피 현상을 막기 위해선 정기적인 백신 사후관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또 일선 의료기관에선 보호자들에게 백신접종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주사후 30분간 아이를 관찰하는 등의 예방접종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황세희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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