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 1,200원선 위협…당국 개입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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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수출업체들이 월말 결제자금 확보를 위해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팔기 시작하면서 원화 환율이 큰폭으로 떨어져 달러당 1천2백원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더욱이 이날 한국은행이 28일 국내로 들어올 독일 코메르츠 은행의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2억7천만달러를 전액 매입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시장개입에 나설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환율이 급락해 주목된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지난해말 시중은행과 종합금융사 등에 지원했던 1백20억달러의 외화자금을 조기상환토록 하는 등의 달러 수요 진작책을 강구중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환율이 24일 종가와 같은 1천2백45원에 거래되기 시작했으나 오전 한때 1천2백15원까지 폭락했다.

환율이 급락하자 외환당국이 산업은행을 통해 달러 매수주문을 내며 시장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월말 결제자금이 필요한 수출업체들이 대거 달러 팔자에 나서면서 환율 하락세를 막기 어렵게 되자 산업은행도 추격 매수를 포기했다.

이 때문에 달러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어 오후 들어 곧바로 1천2백원대로 떨어져 1천2백9원으로 거래가 마감됐다.

환율이 1천2백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2월 4일 1천1백70원을 기록한 이후 7개월여만에 처음이다.

독일계 모건 그랜펠 투자은행의 정인석씨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을 기대하며 달러를 팔지않고 있던 수출업체들이 월말이 다가오면서 결제자금 확보를 위해 대거 달러 처분에 나서는 바람에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며 "외국계 은행들도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여서 달러를 사들일 곳이 없다" 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의 외환딜러 하종수씨는 "당국의 개입이 없다면 달러당 1천2백원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 라며 "현재로선 달러 수요를 만들어주는 직접적인 시장개입이 없는 한 환율 바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 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의 윤귀섭 부총재보는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자금이 집중됐다고는 하나 환율 하락폭이 지나치게 큰 것은 사실" 이라며 "한꺼번에 들어오는 거액의 외국 투자자금을 한은이 매입, 시장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지난해말 외환위기때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종금에 빌려준 1백20억달러의 지원금을 당초 상환예정일인 내년 6월보다 앞당겨 상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외화표시 산업금융채권 등 외화표시 금융채를 발행, 달러화 매입 수요를 늘리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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