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세탁기 함께 돌려 전기 3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숙사 룸메이트끼리 세탁기에 빨래를 함께 넣고 돌리자고 했을 때 여학생들은 위생 문제를 걱정해서인지 처음엔 많이 꺼렸어요.”

4일 서울 중구 동국대 학림관 대형 강의실.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 10팀, 60여 명이 파워포인트로 자신들의 ‘환경보전 실천’ 결과를 자랑했다.

세탁기 얘기를 꺼낸 팀은 이날 두 번째 발표자인 충북대 경영학부 4학년 권오찬(25)씨. 권씨는 카풀(Carpool)처럼 세탁기를 함께 쓰자는 의미에서 ‘와풀(WaPool)’을 벌였고 그 성과를 소개했다. 와풀팀은 권씨를 포함해 세 명이다.

권씨가 “세탁기를 함께 쓰면 전기를 30%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와풀팀은 아이디어를 홍보하기 위해 캠페인 내용을 알리는 전단을 뒷면에 붙인 이면지 노트 300권을 배포했고, 기숙사를 방문해 참여를 권유했다. 그 결과 남학생 30명, 여학생 30명 등 총 60명이 참가했다. 권씨는 “세탁기를 사용하면서 학생들이 세제를 평소보다 많이 쓰는 경향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적정 세제량을 알리는 등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며 발표를 마쳤다.

이날 행사는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환경부가 후원한 ‘2009 CO₂제로 에코캠퍼스 아이디어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이 발표하는 자리였다. 학생들답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참가한 팀은 4월 100개 팀이 참여한 예선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5~6월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학교에서 실천했고 그 결과를 이날 내놨다.

이날 대상(환경부장관상)은 고려대 김준성(23·신소재공학과 3)씨 등 10명으로 구성된 ‘에코 컨설팅그룹’이 차지했다. 이들은 캠퍼스에서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리포트 표지 생략 캠페인을 벌였다. 600여 명의 교수에게 협조 e-메일을 보내 48명에게서 동의를 받았다. 이들은 교수당 60명의 학생이 1년에 네 차례 리포트를 낸다고 가정했을 때 표지를 없애면 연간 33.18㎏의 이산화탄소(CO2)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 팀은 또 11개 단과대 컴퓨터실에 설치된 컴퓨터 550대에 절전 모드를 설치했다. 10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모니터가, 25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하드 디스크가 자동으로 꺼지게 해 연간 CO2 42.8t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김씨는 “우리 팀이 흩어지더라도 학교 네트워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을 차지한 숙명여대 ‘그린 스노우’ 팀은 영어영문학부 3학년 권문주(21)씨 등 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강의실별로 에너지 절약을 책임질 ‘에너지 반장’ 98명을 공개 모집했다. 에너지 반장들은 마지막 강의가 끝나면 조명이나 빔 프로젝트를 끈다. 학교 측과 협의해 우수 반장에게는 5시간 교내 봉사활동 인증을 받게 했다. 권씨는 “학교와 협의해 가을 학기에는 학교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시된 아이디어 중 ▶타이머 콘센트(한동대 제니스팀) ▶교내 물물교환센터(국민대 디자인대학원팀) ▶재생용지 사용률 높이기(숭실대팀) ▶현수막을 보조가방으로 재활용하기(한국외대팀) ▶머그컵 사용하기(부경대팀)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분석(서울대팀) 등이 눈길을 끌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