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 자제 요구되는 위구르 유혈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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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중국의 서북부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대규모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 한족(漢族)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집단 구타, 시위대를 향한 중국 공안의 유혈 진압 등으로 무려 156명이 사망하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 1989년 ‘6·4 천안문 사태’ 이래 최대 참극이다. 이번 사태를 부른 표면적 이유는 지난달 25일 발생한 남부 광둥(廣東)에서의 위구르족과 한족 사이의 싸움이다. 이 과정에서 위구르족 출신의 노동자 두 명이 사망하자 민족 감정이 폭발하면서 위구르족 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우루무치 주변의 위구르족 거주지로 사태가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번 참극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에 대한 위구르족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이다. 위구르족은 1884년 청(淸)왕조의 침입을 받기 전까지 독립적인 정치 체제를 유지해 왔다. 청에 합병된 이후에도 위구르인들은 독립운동을 펼쳐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들어서기 전까지 두 차례 독립을 이루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에다 최근 들어 한족들이 위구르 자치구로 대거 이주하면서 생겨난 불안감과 함께 지역 경제에서의 주도권 상실에 따른 소외감 등이 쌓여 왔다.

위구르는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민족이다. 위구르 자치구 내의 폭력 사태와 중국의 강경한 진압이 거듭된다면 극도의 혼란이 불가피한 곳이다. 주변의 이슬람 국가 일부 세력들도 위구르의 독립을 지원하고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정치의 새로운 불안 변수로 발전할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은 단순한 폭력 사건이 대형 유혈 참극으로 발전한 그 근본적 배경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 지역을 실제 통치하고 있는 중국이 개방적이고, 포용력 있는 자세를 보여야 평화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시위 세력과의 적극적인 의사 소통에 나서는 한편, 위구르족을 불안감과 소외감으로 치닫게 했던 지금까지의 소수민족 정책을 재검토하는 자세도 보여야 한다. 중국 당국과 시위 세력의 자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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