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을 나만의 방학] 책 밖에서 넓은 세상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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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기자

서울 성남고 학생들이 캄보디아의 학교를 방문해 후원 아동들과 그림을 그리며 교육지원 봉사를 하고 있다. [플랜코리아 제공]

‘나눔’ 통해 세계가 하나라는 걸 배워

박성호(경기외고 3)군은 이번 여름방학에 11박12일 일정으로 해외봉사를 간다. 인도 퐁디셰리의 불우한 이웃에게 새 집을 지어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겨울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후 두 번째. 다른 고3 학생들은 밤낮없이 공부에 매달릴 것이 뻔한데 열흘 넘게 공부에 손을 놓아야 해 걱정되기도 했다. 그런 박군을 격려한 사람은 다름 아닌 부모님. 지금 아니면 누릴 수 없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박군은 지난 봉사에서 느낀 게 많다. 척박한 환경에서 고된 일을 해야 했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며 느꼈던 따뜻함과 힘든 여건 속에서도 웃으며 사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 속으로 나가면 책상 앞에서는 얻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지식과 감동을 배우게 돼요.”

서울 성남고 학생들과 교사는 올 여름방학에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갈 계획이다. 성남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학교 차원의 해외 원조와 학생 해외봉사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07년부터 2년간 세 차례에 걸쳐 캄보디아의 캄퐁참·시엠리아프 지역에 우물을 만들어줬다. 방학에는 교사가 40명의 학생을 직접 인솔해 지역을 방문, 자원봉사와 문화교류를 펼쳤다. ‘캄보디아 우물 사업’은 전교생이 성금을 모아 지원했다. 이병준(3학년)군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공책과 크레파스 등을 받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세계 5대 빈국에 속한다는 캄보디아가 행복지수 세계 3위라는 것을 알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봉사활동 신청부터 확인서 발급까지 한번에

이번 방학에 봉사활동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기로 결심했다면 ‘청소년활동진흥센터(www.sy0404.or.kr, www.dovol.net)’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봉사활동 신청부터 확인서 발급까지 한 번에 기록·관리해줘 봉사할 장소를 찾아 따로 알아보는 수고를 덜어준다. 현재 16개 시·도의 청소년봉사활동 정보시스템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표 참조>

해외봉사를 가려면 해당 기관 등을 통해 미리 신청해야 한다. 한국해비타트는 이번 여름 500여 명이 인도네시아·필리핀 등지로 사랑의 집짓기 봉사를 떠난다. 모집은 이미 4~5월에 끝난 상태. 해외봉사는 2~3개월 전에 해당 기관 홈페이지에서 모집 공지를 한다. 안정민 간사는 “해외봉사를 나갈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다. 겨울방학에 계획하고 있다면 9~10월 사이 모집 공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참가자는 3~4개월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플랜코리아 박제홍 부장은 “후원자가 후원국의 개인 가정을 방문할 경우 상대방의 의사 확인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자신의 성향을 모른 채 단순한 호기심으로 해외봉사를 나서는 것은 금물이다. 박 부장은 “학생 중 80% 정도는 현지 활동을 하면서 감동하고 변화를 겪지만 10~20% 정도는 열악한 환경에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특히 흑인이나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학생이 많다고. 그는 “이런 이유로 떠나기 전 사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부모들도 잘 판단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턴십’ 통해 세상을 미리 익혀요

간호사가 꿈이던 김영주(이천시 양정여고 3)양은 고1 여름방학에 이천YMCA에서 운영하는 직업탐험대에 참가했다. 2주에 걸쳐 40시간 동안 병원에서 간호사가 돼 봤다. “막연히 간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직접 현장에서 활동해 보니 많은 정보를 얻게 됐어요.” 병동 간호사는 3교대 근무를 해야 돼 새벽 근무를 할 때는 힘이 든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고3인 김양은 대학입시에서 학과 선택을 할 때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병리학이나 간호사 등 의료 계통 학과를 지원할 계획이다. 40시간은 절대 짧지 않다. 영어 단어를 외운다면 많은 양을 외울 수 있다. “새로운 직업의 세계를 체험했어요.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분명해졌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에요.”

대안학교에 다니는 임지훈(가명)군은 한 기관에서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신문사에서 일주일간 원고 검토, 기사 작성 등을 하며 직업체험을 했다.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아 참여했는데, 몰랐던 세상을 보고 느낀 게 많아요.” 임군은 마감시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신문사 인턴십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아직 개인 참여 기회 적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와 한국고용정보원의 ‘잡스쿨(job school)’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학교나 학급 단위 신청을 받는다. 청소년 워크넷(youth.work.go.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해 해당 지역 고용안정센터나 한국고용정보원에 신청하면 된다.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도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요리·바리스타 등 30여 개 프로그램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한국청소년재단에서도 청소년인턴십센터를 운영한다. 홈페이지(www.yintern.or.kr)에서 자기소개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뒤 구체적인 인턴십 희망 현장과 기간을 함께 적어 제출하면 면담을 통해 인턴십에 참여할 수 있다. 손승연 팀장은 “지금은 대안학교 같은 교육 소외 청소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지만 점차 개인 참여 기회를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이번 방학에는 ‘행복한 직업인과의 만남’을 진행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직업분류에 따라 대표 현장을 선정해 이달 20일부터 분야별로 참가자를 모집한다. 일반 기업체 인턴 프로그램은 학교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업체가 학교에 공고를 하면 학교의 추천을 받아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중·고생이 기업체 인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프로그램 수가 적어 체험 기회를 갖는 학생들이 한정적”이라며 “기업-학생-실시기관의 연결망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인턴십 신청 전에 원하는 일이 무엇이고,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등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또 인턴십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손 팀장은 “인턴십 목표, 배우고 싶은 것, 기대, 목표 달성 방법 등 구체적인 인턴십 활동계획을 세우면 책임감과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해 성공적으로 인턴십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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