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도 '초선'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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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초선의원 그룹인 '푸른정치모임' 이 24일 당 지도력 부재 (不在) 를 비판하며 지도체제 개편을 요구, 당내에 미묘한 파문이 일고 있다.

30, 40대 의원 20여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방안으로 현행 총재권한대행체제를 대표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 안을 제시했다.

당 지도부로선 뼈아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권출범 이후 6개월간 당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 개혁 준비작업의 부실함은 물론 구조적인 결함을 노출했다는 따끔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의 개혁철학과 의지를 소화해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국정홍보를 통한 국민설득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7.21 재.보선에서의 패인도 바로 이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적극적이지 못한 정부 각료들에 대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간부.당무회의의 대대적 수술도 촉구했다.

지금처럼 불필요한 인원이 가득찬 상태로는 이들 기구가 회의 아닌 집회에 불과, 제 역할을 못해낸다는 것이다.

현재 간부회의는 26명, 당무회의는 1백35명이 참석토록 돼있다.

이같은 주장은 특히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원내 진출에 성공, 당내 위상 강화를 꾀하는 시점에서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동채 (鄭東采) 의원은 "지도체제를 실세화하자는 것일 뿐 특정인을 대표로 밀거나 교체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고 밝혀 趙대행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이 아님을 분명히하고 있다.

어쨌든 당내에선 金대통령의 비서실장 (국민회의 총재) 을 지낸 鄭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적어도 金대통령의 의중을 읽었으며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측과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배경이 어떻든 이번 성명이 본격적인 지도체제 논의에 불을 댕길 것만은 분명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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