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비염, 한방으로 편히 숨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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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에서의 비염 치료는 코의 본래 기능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최근 현대 장비와 접목하면서 비염의 한방외치치료가 수월해졌다. <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지난주 기말고사를 치른 강모(중2)군. 머리가 아프고 집중력이 떨어져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험 보는 시간엔 수시로 터져나오는 재채기와 연신 흘러내리는 콧물로 곤욕을 치렀다. 어릴 적부터 달고 사는 비염 때문이다.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비염치료는 오히려 여름이 적기 꾸준한 치료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

스트레스·과도한 냉방도 비염 원인
흔히 여름철엔 코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음료수를 자주 섭취하면 체내 열손실이 생긴다.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의 큰 온도차는 아직 체온조절 기능이 미숙한 아이들의 생리적 균형을 깨뜨리기 쉽다. 에어컨 바람 속에 포함된 각종 오염물질은 민감한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비염을 심화한다. 코질환 환자에겐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계절이다.

코편한한의원 목동점 고상규 원장은 “비염은 치료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 잡지 않으면 만성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기치료를 당부했다.

비염은 주로 폐 기능이 허약할 때 나타난다. 폐와 외부의 기운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바로 코다.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은 간(肝)·담(膽)·심(心)에 기운이 울체(공기 따위가 막히거나 가득 참)돼 열이 위로 올라오는데 이 또한 비염의 원인이 된다.내부에 쌓인 열은 몸의 진액을 마르게 한다. 이는 코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온난화로 인한 이상 고온, 과도한 냉방도 코 점막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비염은 성장에 걸림돌이다. 숙면을 방해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저해한다. 잠잘 때 코막힘으로 입을 벌리고 자 얼굴형에 변형이 일어나기도 한다. 식욕도 감퇴시킨다. 코가 막혀 냄새를 맡기 어려워져 음식에 대한 흥미를 잃어서다. 비염이 있으면 소화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다. 이는 건강하지 못한 오장육부의 기운이 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숨 쉬기가 편하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고 원장은 “코는 하늘의 기운을 마시는 통로로이 길이 막히면 신체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코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열허실에 따라 치료법 달라
한의학에서는 같은 코질환이라도 ‘한열허실(寒熱虛實)’에 따라 다르게 치료한다. 실증(實證)은 기가허한 상태에서 외부의 나쁜 기운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 기후가 고르지 못해 걸리는 감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풍한(바람과 추위)으로 온 감기는 2차적인 합병증인 급성 비염이 되기 쉽다. 허증(虛證)은 기가 약하고 저항력이 떨어져 외부의 나쁜 기운에 대항하지 못해 오는 병이다. 비염은 주로 허증에 의한 것으로 본다. 이는 성질에 따라 허한성(虛寒性)과 허열성(虛熱性)으로 나뉜다.

허한성 비염은 양방에서의 비후성 비염에 해당한다. 급성 비염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이 오래 돼 만성 비염이 된 후 이 상태가 지속되면 비후성 비염으로 발전한다. 내시경을 통해 보면 코 점막이 부어있고 창백하다. 색과 형상이 마치 얼음동굴과 같다. 콧물·후비루·코막힘을 동반한다.

양방에서의 위축성 비염은 허열성 비염이다. 진액이 마르거나 지나친 점막 절제 수술로 코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다. 코 점막이 붉고 위축돼 있으며 주름지고 울퉁불퉁하다. 누런 콧물이 나오고 악취가 나기도 한다. 냄새도 잘 맡지 못한다. 코 안이 건조하고 코딱지가 많으면 코피를 자주 흘린다. 코막힘과 후각장애를 동반한다.

코 점막 치료와 면역력 강화 병행
비염을 앓는 환자의 가장 큰 바람은 코로 편안하게 숨을 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콧속의 나쁜 기운을 밖으로 배출시켜 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치료해야 한다. 우선 점막침술로 콧속에 침을 놓아 코를 시원하게 뚫어준 후 한방성분의 외치제를 발라 염증을 다스린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예부터 코 질환엔 외용제를 많이 사용했다.

점막에 직접 시술하는 점막침술은 황제내시경에서 비롯됐다. ‘열을 내리고 출혈을 시켜 고질병을 없애는 데 봉침이 가장 좋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처럼 한의학에는 환부에 직접 작용하는 외치치료법이 있지만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환자에게 부담이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현대 장비와의 접목이 한방 외치치료의 활용을 수월하게했다.

점막침술은 일단 내시경으로 치료 부위를 정확히 확인한 후 이뤄진다. 바르는 연고는 환자의 병증과 체질에 따라 세분화된다. 허한성 비염은 인삼·부자·세신 등의 성분이 들어간 열성 연고를, 허열성 비염은 황금·황백·고삼 등의 성분이 포함된 한성 연고를 쓴다. 비강에 생기는 군살인 물혹은 침으로 물혹을 먼저 터트린 후 분비물이 빠져나오면 조직을 뜯어낸다. 이후 비염 치료를 병행한다.

고 원장은 “환절기나 겨울엔 감기에 자주 걸려 치료 진행이 어려우므로 오히려 여름이 비염 치료의 적기”라며 “증세가 나아진다고 섣불리 치료를 중단하지 말고 꾸준히 치료해 근본적으로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코편한한의원 목동점 고상규 원장

Tip코 질환 환자의 건강한 여름나기
1. 실내외 급격한 온도차는 한랭 알레르기의 원인이 된다. 과도한 냉방을 피한다.
2. 장마철 눅눅한 침구에는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집먼
지 진드기가 서식한다. 침구를 햇볕에 30분 이상 소독해준다.
3.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시킨다.
4. 세균의 온상인 에어컨 필터를 적어도 2주에 한 번 청소한다.
5. 장기간의 물놀이는 체온 손실을 일으키므로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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