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자동차 제조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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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지켜야 할 연비·이산화탄소(CO2) 배출 기준을 확정함으로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규제는 당근(세금 감면 및 보조금 지원)과 채찍(페널티 중과세)이 확실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중·대형차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들 차는 대부분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중 현재 이 기준에 맞는 차량은 경차인 모닝과 베르나·프라이드 디젤 모델에 불과하다. 전체 판매 차량 중 5% 수준이다. 또 현대·기아차가 새로 개발한 4.6L 타우 엔진의 경우 CO2 배출량이 ㎞당 267g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적용될 정부 기준은 140g 이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세계 자동차 업계 순위는 6위(416만 대 판매)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업체 중 그린카 실용화에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기아차의 그린카 전략은 2002년부터 추진됐지만 주로 연료전지 차량 개발에 주력했다. 시험 주행용 ‘데모 차량’ 개발을 끝냈지만 아직도 원가가 수억원대라 실용화까지는 10∼2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2∼3년 내 평균 연비를 좋게 할 기술인 하이브리드카나 무단변속기(CVT) 개발에 그만큼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달부터 LPG 연료를 쓰면서 연비가 좋은 아반떼·포르테 하이브리드를 내놨다. 하지만 도요타·혼다의 경쟁 하이브리드카에 비해 연비가 60% 수준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년 말 나올 쏘나타 하이브리드카는 이번 연비 규제를 충분히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료 효율이 좋은 소형 가솔린·디젤 엔진을 새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소형차에 ‘스톱앤드고’(정지 상태에서 엔진이 꺼져 있다가 출발할 때 시동이 걸리는 장치)를 모두 장착해 연비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GM의 소형차 개발·생산기지가 된 GM대우는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하다. 올 10월께 연비가 20㎞/L에 근접할 마티즈 후속 경차를 내놓는 데 이어 20㎞/L 이상 나오는 소형 디젤 엔진도 2, 3년 내 개발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모회사인 르노를 통해 연비 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L당 18㎞ 이상 달릴 수 있는 소형 디젤 엔진을 들여와 뉴SM3에 장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공인연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연비 측정 기준이 도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주행 연비보다 30∼50% 좋게 나와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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