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다시 섰다! 올 상반기 점유율 상승 … 흥행 톱10 중 7편 휩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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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모처럼 웃었다. 올 상반기 한국영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관객 수가 23.8% 늘었다. 매출액은 2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유율도 37.2%에서 44.7%로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영화에 관객 수를 추월당하는 ‘굴욕’을 겪는 등 고전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6일 발표한 ‘2009년 상반기 한국영화산업결산’에 따르면 상반기 박스오피스 규모도 이러한 한국영화 호조에 힘입어 476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는 2006년 상반기의 4737억원이었다.

◆관객들, 한국영화 먼저 선택했다=올 상반기 한국영화 호조는 연초 ‘워낭소리’ ‘과속스캔들’의 예기치 못한 돌풍과, 5월 ‘7급공무원’ ‘박쥐’ ‘마더’등의 연이은 흥행 덕분이다. 이를 ‘반짝 현상’으로만 보기엔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흥행 양상이 예사롭지 않다. 한국영화는 상반기 26주 중 15주 1위에 올랐다. 보통 한 주에 개봉하는 한국영화 신작은 2편, 외화는 5편임을 고려하면 한국영화가 외화에 비해 관객들에게 우선적으로 선택을 받았다는 증거다.

개봉한 지 몇 주가 지난 구작이 신작을 능가하는 이변도 벌어졌다. 4주 연속 정상을 지키던 ‘과속스캔들’은 ‘쌍화점’에 밀려 2주간 1위 자리를 내줬다가 개봉 7주만에 다시 정상을 빼앗았고, ‘워낭소리’는 박스오피스 15위로 등장했다가 개봉 6주째와 7주째에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장르·소재 어느 때보다 다양해져=한국영화는 상반기 흥행 상위 10위권에 7편이나 이름을 올렸다. 외화는 1위를 차지한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을 비롯해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4위), ‘적벽대전2: 최후의 결전’(8위) 등 모두 성공한 블록버스터의 속편이다. 외화는 소위 ‘안전빵’으로 예측 가능한 흥행 결과를 보여준 반면 한국영화 히트작의 면모는 장르·소재 면에서 훨씬 다양한 점이 특징이다. ‘과속스캔들’ ‘워낭소리’ ‘거북이 달린다’처럼 개봉 전에는 전혀, 혹은 거의 기대를 받지 못하다가 저력을 과시한 점도 지금까지와 다른 점이다. 영진위 영상산업연구소 정책연구팀은 자료에서 “영화에 대한 관객의 포용력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졌고, 자신이 원하는 재미를 찾아내는 기술이 상당히 세련돼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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