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도입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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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기아자동차에 컨트롤러 등 전자부품을 납품하는 한국오므론전장은 지난해부터 6000만원을 들여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도입했다. RFID란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도 각종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 회사는 1000만원을 들였고, 기아차와 지식경제부가 총 5000만원을 지원했다. 이로써 이 회사는 창고에 부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언제 어떻게 이동됐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달까지 시험 적용을 마친 뒤 전 생산라인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현대하이스코 직원들이 RFID(전자태그)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메탈태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현대하이스코 제공]


이는 기아차가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한국전자거래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정보기술(IT) 혁신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동참해 이뤄진 것이다. 현대차도 올 1월 발대식을 하고 다음 달까지 현대차 아산공장과 60개 협력사에 RFID 시스템을 구축하고, 2010년에는 울산공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IT를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RFID 도입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이 활발하다.

실제로 현대하이스코와 한솔제지는 RFID를 도입해 연간 100억, 32억원을 각각 절감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는 재료로 쓰지 못하는 자재를 줄이며 연간 49억원을, 원자재 관리비용으로 29억원을 아끼고 있다. 한솔제지는 RFID로 생산성이 연간 16억8000만원 향상돼 연간 9억원의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다. RFID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은 해외 선진국에서도 활발하다.

미국 최대의 유통망이 있는 월마트는 2005년 유니레버·크래프트·P&G 등 주요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RFID를 부착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재고 파악의 정확성이 95%에서 99%로 개선됐다. 납품업체와 함께 운영하는 오클라호마 시범 물류센터의 인건비도 약 20% 절감됐다. 월마트는 지난해 700여 공급업체와 전 세계 1300개 매장으로 RFID 도입을 확대했다.

영국 최대 소매유통 업체인 막스&스펜서도 RFID 시스템을 도입해 협력업체와 함께 원가를 크게 줄였다. 바코드 시스템을 사용했을 때는 연간 운용비용이 575만 유로(약 102억원)였는데, RFID 시스템을 도입한 뒤 70만 유로(약 12억원)로 크게 줄었다. 물류 처리 면에서도 바코드에 비해 속도가 6배나 빨라졌다.

IT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의 걸림돌은 중소기업의 정보화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경부와 한국전자거래협회는 중소기업의 IT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예비 정보화담당자(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육성을 위한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역량 향상을 위한 인적·물적 지원체제다.

이선혜 지경부 정보통신활용과 사무관은 “예비 CIO를 양성하는 상생혁신 전문 교육과정을 온라인으로도 수강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별·업종별 특성에 따라 교육을 차등화하고 지역별로 순회 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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