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방대학, 중남미 치대 유학생 '국내의사' 되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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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국에서 의대(치대.한방 관련 대학 포함)를 졸업하더라도 국내에서 의사 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학비만 엄청나게 쓰고 '헛공부'를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내년 4월부터 외국 의사 면허를 딴 사람이라도 국내 면허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기초의학.실기 예비시험을 통과하도록 의무화한 의료법 시행령이 최근 입법 예고됐다.

현재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외국 치.의대나 한방대학을 졸업한 사람 가운데 면허가 있는 사람에게만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응시자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예비시험까지 추가되면 국내 면허를 따기는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중국 등지에서 중의대를 졸업한 사람에게는 예비시험 응시자격도 주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의 학제나 수업 내용이 국내 한의대와 너무 달라 '장관이 인정하는 한방대학'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지금까지 심사를 통해 중의대 졸업자가 국내 한의사 응시자격을 받은 경우는 한건도 없다.

"일반 의대는 숫자가 적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중의약대학과 파라과이.볼리비아 등 중남미 치대로 유학 가는 학생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김문식 원장은 "돌아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의대=중국 중의약대학으로 연간 500~1000명이 유학 가는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 호주.캐나다에도 중의대가 들어서면서 알선 업체가 등장하는 상황이다.

대한중의협회는 지난 16일 중의사가 국내 한의사 예비시험을 못 보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을 개정해 달라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냈다.

중의협회 조성원 회장은 "중의학이 한의학보다 우수하다"면서 "한의사가 될 수 없다면 중의사 면허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이영호 한방의료 담당관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의학에서 한의학이 출발했지만 고려 말부터 독자적으로 발전해 이론이나 임상, 두 나라 대학의 학제와 수업내용이 다르다"는 서울고법 판결(1999년)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도 유학생이 줄을 잇는 이유는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중의대를 인정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라고 복지부는 분석한다. 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도하어젠다(DDA) 협상에서 시장 개방에 합의하더라도 1년 이내의 단기 면허에 국한된다.

◆치대=연간 중남미 치대로 가는 유학생은 수백명 수준. 94년 필리핀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따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유학 대상이 중남미로 옮겨갔다.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관계자는 "파라과이와 볼리비아 치대에 입학하기 쉽고 무시험으로 면허를 딸 수 있어 그리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02년 복지부와 국시원이 중남미 치대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제대로 된 교사(校舍)가 없고 한국 학생반을 별도로 두고 통역으로 강의하는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복지부는 코스타리카.파라과이.브라질.루마니아 소재 대부분의 치대를 졸업하더라도 예비시험 응시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현재 파라과이 치대 출신이 20명이 넘는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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