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社, 유망 벤처기업·특1급 호텔 '입질'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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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국 자본의 국내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는 조짐인가. 외국의 기업투자전문회사들이 속속 한국에 사무소를 내는 등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한국의 로펌 (법률사무소) 등을 통해 투자처나 인수.합병 (M&A) 대상을 물색해왔는데 이제는 직접 나서는 것이다.

대한상의 M&A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외국계 투자회사는 10여군데나 되며 대리인이 활동중인 곳도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 밝혔다.

최근 서울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H&Q코리아 대표 이재우씨는 "그동안 관망해오던 외국 투자가들이 이제는 한국을 들어올 시기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말한다.

◇어떤 곳들이 뛰고 있나 =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곳은 미 투자회사의 자회사인 H&Q코리아를 비롯해 대만 국민당이 설립한 CDC, 투컨캐피털.글로벌캐피털등이 있다.

이들은 우선 투자 규모를 각각 6천만~2억달러 선으로 잡고 있으며 경과를 봐가며 규모를 2억~3억달러 정도 더 늘린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선호하는 한국 기업은 '빚은 많지만 기술력과 향후 사업전망이 좋은 회사' .특히 하이테크 분야 벤처기업과 특1급 호텔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텔의 경우 M&A거래소에 매물을 찾아달라는 의뢰만 8건이 들어와 있지만 이들은 서울.제주도 지역에 있는 특1급 호텔만 주문하고 있어 성사에 어려움이 있다.

◇어떻게 투자하나 = 보통 여러 업체에 5백만~5천만달러 정도로 쪼개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따라서는 1억달러 정도 투자하고 사업전망에 따라 추가 투자를 하거나 외자차입도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증자를 통해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투자한 뒤 경영권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기업 투자유치 과정의 문제점 = 투컨캐피털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매출신장률 등 사세확장 수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반면 향후 사업전망과 기술력에 대한 전망이 없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 "회계사들이 작성해주는 재무제표 자료만 가지고는 기업들이 투자자를 유인할 수 없다" 며 "사업.경기전망에 따른 세밀한 사업계획서와 종업원.기술자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 고용 구성상태, 스톡옵션 등에 대해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고 말한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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