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천사'들 옷 갈아입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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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노래하는 천사'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는 빈 소년합창단이 85년간 유지해온 해군 세일러복(사진(上))을 벗어 던지고 현대적 디자인의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공상과학(SF) 영화 '스타 트렉'출연진의 복장에다 전설적인 팝그룹 비틀스가 활동 초기에 입었던 옷을 합쳐놓은 듯한 패션이다. 목에서 시작되는 지퍼는 약간 비스듬히 내려오고, 양팔 소매 끝에는 오스트리아 국기 무늬를 새겼다(사진(下)).

빈 소년합창단 사무국 측은 "최근 헤첸도프 패션 스쿨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공모해 출품된 83개 작품 중 하나를 뽑았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 신문 크로넨 차이퉁은 지난달 30일 새 유니폼을 입은 합창단 소년들의 모습을 1면에 실었다. 합창단은 지난 3일 빈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야외 영화제에 새 옷을 입고 출연해 팝송 세 곡을 불렀다.

1498년 창단돼 하이든.슈베르트 등도 단원으로 거쳐간 빈 소년합창단은 각각 24명으로 구성된 4개의 합창단으로 구성돼 있다. 빈 국립오페라와 왕실예배당에서 활동하면서 교대로 세계 순회공연에 나선다. 이들은 오랫동안 황실 근위대 복장을 해왔으나 제1차 세계대전으로 합스부르크 왕가가 몰락한 직후 해군 사관생도의 세일러복을 입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배시간에 성가를 부를 때는 성가대 가운을 착용한다.

이 합창단이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된 것은 최근 거세지고 있는 현대화.세속화 바람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사상 최초로 여성 지휘자가 탄생해 2년간 활동했고, 3년 전에는 엄격한 '금녀 구역'이던 합창학교에 소녀들도 입학할 수 있도록 교칙이 바뀌었다.

이와 함께 모차르트.슈베르트.요한 슈트라우스 등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의 노래뿐 아니라 마돈나.메탈리카의 음악도 레퍼토리에 넣게 됐다. 새 유니폼도 기존의 세일러복에 비해 무대에서 춤추기 편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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