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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본지서 벌어진 '평론가 논쟁' 일단 마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비평의 바른 자세는 무엇인가.

문학평론가 홍정선씨가 '문학과사회' 여름호에 발표한 평론에서 발단돼 본지에서 네 차례 벌어진 평론가 사이의 논쟁의 막을 일단 내린다.

홍씨는 몇몇 평론가들의 평론을 예로 들며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비평가 이름을 스스로 붙이고 비평계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고 질타했다.

강형철씨는 "평론가들의 반성을 빌미로 문단 패권주의를 부추기거나 예외적 지위를 누리는 비판자의 권위만 강화시키는 결과만 낳는다" 며 패권주의적 평론이라고 홍씨를 반박했다.

이 글에 홍씨는 다시 "가능한 해석이 돼야할 평론을 근거 없는 주장과 자의적 왜곡으로 뒤바꾸어 놓는 평론은 독자들의 엄정한 심판을 받을 것" 이라 반박했다.

이런 홍.강씨의 논쟁을 지켜본 권성우씨는 "홍씨의 글은 비평적 성실성과 냉정한 자기성찰이 없으며 강씨의 글은 논의의 구체성을 갖지 못했다" 며 양비론을 폈다.

또 신철하씨는 "잡지 - 패거리 - 저널리즘 야합의 권력게임이 비평의 퇴행, 한국문학의 퇴행을 가져왔다" 며 홍씨의 글을 그런 야합의 한 전범으로 보았다.

홍씨를 향한 신씨의 이런 신랄한 비판에 대한 반응이 없어 논쟁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문학평론가들의 이번 논쟁은 인신공격.이전투구 (泥田鬪狗) 식의 부정적 측면을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평단에는 비평.비평가 자질에 대한 논쟁이 전무해 양심과 줏대 없이 상업성과 문단권력을 향한 평론이 난무, 평론 무용론.위해론까지 불러왔다.

해서 이번 논쟁은 평론가들도 이제 양심과 줏대를 져버린 평론을 발표하면 가차없는 공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환기, 평단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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