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한 호주감독 솔런 호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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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처음 북한에 갈 땐 우려와 본능적인 호기심이 뒤엉켰다.

촬영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단 사람들이 개방적이었다.

물론 줄곧 감시원이 줄곧 따라붙었지만. "

94년, 96년 두 차례의 북한 여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평양 일기' (Pyungyang Diaries) 를 만든 호주의 솔런 호아스 감독.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 작품을 출품, 세계로부터 주목받은 주인공이 최근 한국을 찾았다.

호아스 감독의 첫 북한방문은 94년 제4회 평양국제영화제때. 93년 상하이영화제에 자신의 극영화를 출품했다가 이듬해 평양국제영화제로부터 초청받았다.

"평양영화제는 격년 행사" 라고 기자에게 일러준 그녀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웠던 네팔,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영화들을 접할 수 있었다" 고 말했다.

"파스빈더 감독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도 상영되는 걸 보고 놀랐다. "

는 얘기와 함께.

개방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국인을 완벽하게 외면하지도 않았던 북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내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해달라고 말했을 때 이를 완강히 거부하던 한 화가를 특히 잊을 수 없다" 고 했다.

몇몇 장소에서는 촬영하고 싶어도 살벌한 분위기때문에 카메라를 꺼낼 수 없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녀는 또 "나의 취재에 응해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편집과정에서 잘라내야 했다" 고 말했다.

영화인인 그가 전해주는 북한 영화소식도 흥미롭다.

북한에는 매우 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있다는 것. '아라비안 나이트' 등의 만화가 제작됐는가 하면 '천마' 와 '똑똑한 개' 를 소재로 한 만화영화도 있다고 귀뜸했다.

'홍길동' 같은 극영화가 프랑스와 핀란드에 배급됐다고도 했다.

"얼핏 달라보이지만 표면을 걷어내면 남북한은 역시 닮은꼴인 것 같다." 평양을 먼저 접하고 서울을 몇차례 방문한 그녀의 소감. 북한에서 촬영을 제지당했는데, 이번 서울 방문때 시위가 벌어진 명동성당에서 카메라를 들었다가 경찰로부터 "촬영은 안된다" 는 말을 들었다며, "남북한은 이점에서도 닮은 것 같다" 며 웃었다.

현재 50대 중반인 호아스 감독은 노르웨이에서 태어났지만 전도사인 부모를 따라 일본 고베에서 10대를 보냈다.

현재 호주에서 다큐와 극영화를 제작하며 활동중. 다음 작품은 남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서울의 사이렌' . '평양일기' 는 KBS가 판권을 구입, 50여분짜리로 편집해 오는 8월2일 '일요스페셜' 을 통해 방영한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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