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북경진출 한국가수들 앨범 중국인들 '띵호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5월15일은 한국가요사상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불법 복제테이프가 아닌 정식 가요음반이 중국에 첫 수출된 날이었던 것. 그 영광을 안은 H.O.T의 앨범은 한달만에 초판 4만장이 매진됐다.

'캔디' '행복' 등 10곡을 담은 이 음반은 베이징 음반도매상들이 집계한 6월 판매순위 9위에 올랐다.

H.O.T를 빼면 10위안에 든 외국음반은 영화 '타이타닉' 사운드트랙이 유일하다.

이어 지난달 22일 출시된 클론의 1집 역시 현재까지 3만장이 팔려나갔다.

또 유승준과 구피.박미경이 9월안에 음반을 내며 10월에는 3만명 수용규모의 베이징 인민체육관에서 H.O.T공연이 추진되고있다.

중국가수들의 번안음반도 잇따라 출시돼 가요 붐을 이을 전망이다.

8월안에 14~15세 중국소녀5명으로 짜인 '청춘미소녀대' 가 김건모.박미경.콜라등의 히트곡 8곡을 번안한 데뷔음반을 내며 연말에는 2백만장 판매기록을 가진 중국 인기여가수 쑨이예 (손열)가 '나의 하루' 를 부른 여가수 박정현의 노래5곡을 번안해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쑨이예는 '나의 하루' 를 박과 듀오로 부르기로해 박의 중국진출이 자연스럽게 성사될 전망이다.

중국진출 원년치고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셈. 이에 고무된 정부도 초보적 수준이지만 지원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주 문화관광부는 중국에 진출하려는 가요업체에게 정보제공.중국음반사와의 중개알선등을 해주기로하고 실사에 들어갔다.

중국 음반시장은 IMF불황으로 허덕이는 가요계에 여로모로 좋은 탈출구로 꼽히고있다.

12억 인구의 메가톤급 시장인데다 사람들의 정서도 가요와 맞는 부분이 많다.

음악수용문화가 70년대 한국과 비슷한 90년대 중국인들은 특히 레이브.레게같은 신나는 리듬 (김건모.클론.박미경등 김창환사단 가수들이 여기 속한다) 이나 유승준의 '나나나' 같은 트로트 분위기가 배인 댄스곡을 선호하고있다고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일본가요는 테크닉은 좋지만 명쾌함.호방함이 결여돼,가요의 우위를 기대해볼만하다.

상호호혜 차원에서 중국대중음악이 국내유입될 경우 록에다 중국고유 악기를 접목시켜 대륙적인 맛을 보여줬던 최건의 지난해 내한공연처럼 가요계에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중국이 큰 돈을 벌어주는 노다지판은 아니다.

전국단위의 흥행망이 없고 베이징등 지역시장에서 수십만장 팔리면 빅히트로 통하는 수준인데다 수익의 약 60%가 세금으로 떼인다.

또 정규음반의 10~20배씩 나도는 불법복제음반도 투자를 꺼리게하는 요인. 그러나 H.O.T부터 '청춘미소녀대' 까지 가요의 중국진출에 산파역을 도맡아온 (주) 우전소프트측은 "지금이 진출의 적기" 라며 보다 많은 가요제작자들이 투자에 나설 때라고 말한다.

자신들이 96년부터 3년째 중국음악FM방송을 통해 가요를 고정방송 해왔고 베이징.상하이의 디스코텍 20여곳에 우리 댄스음반을 지속적으로 보급해 지명도를 크게 높여놓은만큼 H.O.T의 히트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