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아파트 중심 투자 심리 꿈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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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부동산 시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급매물로 나온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고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이후 거의 중단됐던 준농림지의 매기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경기 부양책 시행에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인상 등에 힘입어 부동산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탓이다.

일부 인기지역의 투자성 높은 분야에 한한 현상이긴 하지만 부동산 경기를 선도하는 아파트와 토지시장이 다소 살아나 앞으로의 시장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다 국가의 재정적자 확대 편성에 따른 인플레 우려 등으로 시중의 여윳돈이 부동산쪽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커 경기가 점차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기업들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으로 실직사태가 대량 발생하고 중산층 붕괴로 수요기반이 무너져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해석도 만만치 않다.

아무튼 지난 6월 이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10~20%정도 싸게 나온 급매물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고 서울시 6차 동시분양 아파트청약률도 매우 높아졌다.

◇준농림지

용인수지.판교.김포일대 준농림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그동안 IMF전보다 값이 30~50%가량 떨어졌는데도 거의 매기가 없었다.

건국컨설팅 유종률 사장은 "서울 인근의 준농림지를 사달라는 주문이 크게 늘어 최근 5건을 거래 성사시켰다" 고 말했다.

신도시 건설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는 판교일대 논.밭거래도 활발하다. 종전에 평당 70만~1백만원대의 자연녹지가 45만~60만원대로 떨어져 투자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진양컨설팅 이택구 이사는 "올들어 거래실적이 한건도 없었으나 이달에 4건을 중개했다" 면서 "2억~3억원대 땅을 찾는 사람이 많지만 매물이 없어 제대로 소개를 못하는 실정" 이라고 전했다.

◇아파트·단독주택

아파트의 경우 서울 강남과 목동, 분당.일산 등 수도권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매기가 살아나는 추세이고 일부 아파트는 값도 다소 오르는 분위기다.

서울 서초동 씨티부동산 안시찬 사장은 "5월까지만 해도 거래가 거의 없다가 6, 7월 들어 중소형 급매물 매입수요가 많아졌다" 고 말했다.

서울목동 석사공인 이제경사장은 "이달들어 38평형 이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아파트 구입문의도 많아졌다" 고 전했다.

목동 신시가지 9단지 38평형의 매매가는 2억7천만원선으로 최근 5백만~1천만원 올랐다.

분당도 거래가 활발하면서 중소형의 경우 5백만~1천만원 가량 올라 시범우성 아파트 25평형의 매매가가 지난달 1억1천만~1억1천5백만원에서 이달들어 1억1천5백만~1억2천5백만원으로 상승했다.

일산의 경우 최근들어 시세보다 1천만원 가량 싼 급매물이 급격히 소진돼 4~5월 20여만건에 이르던 매물들이 현재 12만~13만건으로 대폭 줄었다.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단독주택시장은 여전히 매기가 없다. 값도 많이 내려 서울 외곽지역은 평당 2백만~3백만원선에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 특히 다세다.다가구주택 침체로 인기가 더욱 떨어졌다.

◇상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시장 분위기는 최근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좋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가뜩이나 물량이 넘쳐나는데다 상가수요가 크게 감소해 침체상황이 오래 지속될 소지가 많다.

물론 장사가 잘되는 목 좋은 지역은 값이 많이 올랐으며 영업권에 대한 프리미엄까지 붙어 있는 상태다.

분당 야탑공인 문홍주 사장은 "역세권 주변 상가는 여전히 강세지만 단지내 상가나 최근 완공된 중소건물내 점포들은 거의 비어 있고 값도 분양가의 절반이상 떨어졌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고 말했다.

신도시 일부 상가는 임대 자체가 안돼 분양가의 본전은 고사하고 매달 관리비만 꼬박꼬박 물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오피스텔·오피스

오피스텔.임대사무실은 공급과잉에다 수요감소로 매기가 완전 죽어있는 상태. 오피스텔의 경우 청구.나산 등 선발업체들의 부도로 분양가의 절반값에 매물이 나온 것도 있지만 거들떠 보는 사람이 없다.

임대사무실도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사무실축소등에 따른 영향으로 빈 사무실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임대료도 계속 하락하는 분위기다.

신영의 최상규 컨설팅 팀장은 "거래 자체가 안돼 가격을 정할 수 없을 정도" 라면서 "강남 테헤란로 등 서울시내 주요 업무지역의 공실률이 지난 5월 18%선에서 현재 20%를 넘고 있다" 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사업추진이 거의 답보상태. 이에 따라 투자가치도 크게 떨어져 사업 초기 단계지역의 경우 투자수요가 없다.

건설업체들의 이주비 확보가 어려워 사업이 장기화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시공중인 재개발 및 재건축 조합원 지분도 값이 많이 떨어져 일부지역의 경우 분양가 이하 가격에 매물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조합원에 대한 중도금 대출혜택등이 없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지구는 대부분 서울의 인기지역에 포진해 있어 앞으로 경기가 어느 정도 풀리면 투자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했던 직장인들이 차량유지비 등을 줄이기 위해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분위기도 재개발.재건축의 투자 메리트를 높여주고 있다.

◇경매

경매시장이 크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관할법원에서 진행된 경매물건의 낙찰건수가 크게 늘었다.

아파트의 경우 지난 5월 3백7건이던 낙찰건수가 6월에 5백98건으로 늘어 94.8%의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상가.토지.단독주택 등도 각각 61.8%, 47.6%, 24.6%정도 증가했다.

이는 앞으로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을 기대, 서둘러 부동산을 잡아두려는 심리가 확산된 탓이다. 일반 부동산보다 싸게 살 수 있어 그만큼 수요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경매부동산 낙찰가율 (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가) 이 서서히 상승하고 있지만 지금도 시세의 50~60%선에 얼마든지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최영진.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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