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틴틴] '속눈썹 위에 올라 앉은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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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위에 올라 앉은 행복
원제 J‘AIME…
민느·나탈리 포르티에 지음, 이정주 옮김
삼성출판사, 128쪽, 7500원

아홉살 소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얼른 ‘예쁜 인형’‘용돈’등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다.

『속눈썹 위에 올라 앉은 행복』은 한때 유행했던 ‘사랑이란…’(Love is) 시리즈와 흡사하다.그러나 어른들이 흔히 하는 식의 추상적인 서술은 아니다. 아홉살 수준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을 정의한다. 그것은 눈과 입,코와 귀를 통해 직접 느낀 행복의 감정이다.

행복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가볍고 사소한 일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메시지다. 소녀가 행복한 것은 학교에서 돌아올 때 두 팔을 벌려 반겨주는 엄마, 발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이방 저방 쿵쾅거리며 돌아다니는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무릎에 난 상처의 딱지가 떨어질 때쯤 손으로 살살 떼어내는 일, 차를 타고 가며 온 동네 간판을 소리내어 읽는 것, 잔뜩 침을 묻혀 우표를 붙이는 일도 소녀가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는 것들이다. 사랑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만큼 행복한 순간도 많다는 얘기다.

같은 질문을 어른들에게 던지면 어떨까. 남보다 더 벌고, 남보다 더 높이 오르는 데서 얻는 ‘상대적 행복’,‘소모적 행복’에 몰두하는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유용하다.

짧은 글과 따뜻한 그림은 잠시나마 기억 속에 묻혀있던 행복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출간됐을 당시 ‘모든 세대가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책’이라는 평이 나왔다. 대표적인 어린이 책 박람회인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올해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같은 내용의 책을 두 가지 다른 표지로 만들어 골라 살 수 있도록 한 것도 재미있는 시도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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