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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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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원제 Richard Feynman: A Life in Science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408쪽, 1만8000원

남이야 뭐라 하건!
원제 What Do You Care What Other People Think?
리처드 파인만 지음, 홍승우 옮김
사이언스북스, 368쪽, 1만2000원

과학도 상상력이다. 숫자 하나로는 과학을 설명할 수 없다. 스타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1918∼88)의 지론이다. 그는 시인·몽상가보다 과학자가 훨씬 더 멋진 것을 상상해 왔다고 말했다. 자연의 상상력이 인간의 상상력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바닷가에서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몰려 오는 파도가 있다/ 수많은 분자로 이루어진 산이다/ 자신의 키보다 1조배만큼이나 서로 멀리 떨어진 채/어리석게도 자신의 일만을 생각하는가 하면/한편 조화롭게 어울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이룬다.”

파도를 보고 분자 수를 떠올리는 파인만. 낭만파 시인이라면 “어쩔 수 없는 골수 과학자군”하며 비아냥거릴 수 있다. 하지만 섣부른 예단은 금물. 파인만은 부분(분자)과 전체(파도)를 동시에 생각하는 ‘주지파 시인’이다. 그런 파인만이기에 재미난 일화도 많다. 그중 하나, 196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그에게 밤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노벨상 수상소식을 전해드리려고 전화했습니다.”

“뭐요? 겨우 그것 때문이란 말이오? 그런 거라면 아침에 전화해도 되잖소?”

“하지만, 좋아하실 줄 알았습니다.”

“이봐요. 나는 자고 있었단 말이오. 아침에 다시 전화하시오.”

장면만 연상해 봐도 슬며시 웃음이 번진다.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는 학문과 유머, 연구와 익살이 조화를 이루는 파인만의 일생을 꼼꼼하게 정리한 평전이다. 그간 부분적으로 소개됐던 파인만의 업적을 입체적으로 돌아봤다. 20세기 물리학의 역사를 읽는 셈이다. 임종 순간에도 “이렇게 죽는 건 지루하군”이라고 말했던 그의 유쾌한 인생관을 만날 수 있다.

『남이야 뭐라 하건!』은 1997년 선보인 『미스터 파인만!』의 개정판이다. 암으로 고통받으면서도 동료 교수의 아들에게 자신의 삶과 학문을 자세히 들려주는 파인만의 따뜻한 성품이 느껴진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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