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가 당분간 진공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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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정계가 집권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참패로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이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의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반해 야권은 '대승' 을 거둔 민주당을 축으로 구심력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후임 총리 임명을 둘러싸고 가닥을 잡지 못해 당분간 조타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총리로는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외상과 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 관방장관이 거명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주류와 비주류의 이해관계가 얽혀 쉽사리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이달말로 예상되는 신임 총리 인준 때까지는 일본 정치의 진공 상태가 계속될 듯하다. 새 총리가 선출돼도 당내 주류와 비주류가 반목의 골을 메우지 못하면 차기 정권은 다음 중의원 선거까지 과도내각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국회 운영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번 선거로 참의원 과반수 (1백26석)에 크게 못미치는 1백2석밖에 확보하지 못한데다 선거에서 참패한 자민당에 야당이 동조할 가능성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말로 예정됐던 불량채권 처리를 위한 법안이나 새 미.일 방위협력지침 관련법안 처리가 늦춰질 수도 있다.

자민당이 제1의 외교과제로 삼아온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 일정도 차질이 예상된다. 야권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기반을 잃고 있는 사민당이나 기타 군소정당이 민주당쪽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대약진, 간 나오토 (菅直人) 대표의 이탈리아식 중도좌파 연립정권 구상이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당내 불협화음도 잠재울 수 있게 돼 향후 야권 통합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은 '생활정치' 로의 노선 전환이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앞으로 민주당과의 공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현상황에서 정국의 '캐스팅 보트' 는 공명당이 쥐게 됐다.

참의원 의석 13석을 갖고 있는 공명당이 독자노선을 걷는지, 아니면 자민당이나 민주당으로 기우느냐에 따라 정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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