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걸쳐 고건축미 완벽해부…배병우 사진집 호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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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동양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전적인 미술품 (에카르트의 '한국미술사' )' 이라는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종묘 (宗廟) .조선 왕조의 왕과 왕비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던 이 고건축의 아름다움을 담은 사진집 '종묘' 가 화제다.

이 사진집은 단순히 종묘의 외형적인 건축미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성균관대학 이상해 교수와 '광장건축' 의 김원 소장 등 고건축 권위자들이 연구한 과학적.역사적 사료, 도면을 함께 포함시켜 사진계와 건축계 모두에서 '종묘의 완결판' 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종묘' 는 지난 95년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직후,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홍라희) 이 발간을 기획하고 중견사진작가 배병우 (서울예전 교수) 씨에게 의뢰해 3년만에 결실을 봤다.

배씨는 "사계절을 담으려는 생각에 당초 1년을 작업기간으로 잡았지만 보다 아름다운 설경 (雪景) 을 포착하기 위해 1년이 더 걸렸다" 며 "광선이 투명한 가을날이나 안개낀 오후, 눈이 쌓인 아침 등 시시때때로 카메라 2대를 메고 종묘를 찾아 나중에는 종묘 관리직원들이 지겨워할 정도였다" 고 작업과정을 회상했다.

종묘 구석구석을 훑으며 1천롤 이상의 필름을 사용했지만 책에는 엄선한 70여컷만이 수록됐다.

이전의 종묘 사진이 다큐멘터리적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면 옆으로 길게 늘어선 정전 (正殿) 을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나 영녕전 (永寧殿) 의 설경사진은 건축사진 특유의 디테일한 면과 건축 자체가 지닌 분위기를 함께 살린 예술작품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정제된 인상의 흑백 소나무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 배씨는 90년대 들어 작업한 비원과 선교장 사진작업으로 건축사진 분야에서도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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