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실사 합병반발 외국인주주 첫 지분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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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외국인 주주가 대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이 잘못됐다며 반발,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또 이 과정에서 해당 외국인 주주는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효성T&C의 2대 주주 (지분율 17%) 인 미국계 아팔루사 펀드는 효성T&C가 부실계열사 합병을 통해 동반부실화 가능성이 크다며 보유주식 1백50만주 가량을 모두 팔아치웠다.

이는 우량기업의 부실기업 인수.합병 (M&A) 방식으로 이뤄지는 최근 기업.은행 구조조정에 대해 외국인 주주의 첫 실력행사란 점에서 주목된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11일 구조조정 차원에서 주력사인 효성T&C와 효성생활산업.효성중공업.효성물산 등 4개사를 합병한다고 발표했었다.

이날 아팔루사가 대우증권 창구를 통해 내놓은 주식 거의 대부분은 상한가 (1만4천6백50원) 로 효성물산에 의해 매입됐으며 아팔루사의 매도물량이 소화된 직후 하한가로 급락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아팔루사 펀드의 테퍼 회장이 동반부실화를 우려, 주주입장에서 계열사 합병을 반대해왔다" 며 "합병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아팔루사 보유주식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아팔루사 펀드는 이 같은 지분매각을 통해 약 1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으며 환차익을 감안하면 약 46억원의 이득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대주주나 경영자에게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이른바 그린메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93년 설립된 아팔루사 펀드는 투자자산만 35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헤지펀드로 외환위기 후 한국 주식을 집중 매입, 효성T&C외에도 대우통신 (지분율 4.28%).롯데제과 (7.91%).한국타이어 (9.83%).SKC (7.85%) 등의 주요 주주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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