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세제개편안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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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사실상 확정한 98년 세제개편안을 보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세수 (稅收)가 5조원 이상 부족한 마당에 세금을 마구 깎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소득 감소로 허덕이는 가계.기업에 세금을 올려받기도 어려워 이래저래 세제를 흔들기 어려웠다.

결국 새정부 들어 야심차게 추진한 세제개편은 현실과 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가장 아쉬운 분야가 부동산 세제다.

당초 정부는 취득.거래때 내는 세금은 대폭 깎아주되 보유세인 종합토지세를 올린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결국 양도세를 구간별로 10%포인트씩 내리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양도세를 더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으나 결국 세수가 문제가 됐다.

또 양도세를 종합소득세에 합산과세하는 대안은 세제를 복잡하게 한다는 이유로 백지화됐다.

지방세인 취득.등록세 인하는 2000년 이후에나 검토하기로 했다.

1년에 3조원 이상 걷히는 취득.등록세를 깎아주면 여기서 구멍난 세금을 달리 메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종토세를 올려 메우는 방법이 있지만 3조원을 메우려면 종토세를 지금의 3배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난달에 재산세가 약간 올랐는데도 엄청난 조세저항이 있었다" 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부가가치세 개편도 현실에 밀렸다.

당초 정부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과세특례자.간이과세자를 일반과세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과표부터 양성화하는게 순서라는 논리를 내세워 1~2년 유보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되는 영세업자에게 부가세를 더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고 설명했다. 그 대신 호화생활자 등에 대한 과세는 대폭 강화했다. 조세 형평성도 꾀하고, 세금도 더 거두자는 취지다.

다음은 주요 세제개편 내용.

◇ 추계과세 강화 = 외제차를 타거나 호화업소를 출입하는 등 소득이 많은 것 같은데 세금을 적게 낸다면 과학적 추정이나 추적조사 등을 통해 세금을 더 물리게 된다. 위헌 시비를 없애기 위해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즉 추계과세를 당한 납세자가 '소득이 그정도 안된다' 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세금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 상속.증여세 과세강화 = 45%의 세금을 물리는 고액상속의 범위를 50억원 이상에서 30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당초 배우자 상속 면세점을 30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여성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또 세무당국이 변칙 상속.증여로 판단하면 어떤 경우든 과세할 수 있도록 바꾼다. 그동안은 세법에 열거된 변칙 사례에 한해 과세할 수 있었다.

◇ 담배 10%부가세 부과 = 현재 6백44원인 담배소비세 (교육세 포함) 를 인상하고, 다시 소비자가격에 10%의 부가세를 붙인다.

이 경우 1천원짜리 '디스' 담배가 1천2백원 안팎으로 오를 전망이다.

◇ 차명계좌 증여세 부과추진 = '차명계좌는 예금명의자가 주인' 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과세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예컨대 아들 이름으로 예금했다면 이를 증여한 것으로 간주, 증여세를 물려보겠다는 것이다.

단 다른 법과 상충될 소지가 있어 세법에는 명문화하지 않고, 세무당국이 현장에서 대법원 판결을 활용해 과세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고현곤.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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