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기부]'北,요인테러.납치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오는 9월 9일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일 (金正日) 의 국가주석직 취임을 앞두고 북한의 각급 대남공작기관들이 요인테러나 친북인사의 대동월북 등 대남공작을 경쟁적으로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안기부가 9일 지적했다.

이종찬 (李鍾贊) 안기부장은 새 정부 출범 후 안기부 청사에서 처음으로 열린 확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 정권창건 50주년 (9월9일) 을 맞아 그동안 공석으로 두었던 주석직에 김정일이 취임할 것이라는 징후가 여러가지로 포착되고 있다" 며 "북한은 이를 계기로 대남전략의 여러가지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李부장은 "특히 시기적으로도 여름철 녹음기이기 때문에 북한의 공작요원 침투가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며 "북한은 우리의 햇볕정책을 체제를 와해시키는 전략으로 간주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대북 강경정책으로 선회토록 오히려 유도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안기부 북한정보국장은 이와 관련, 속초 잠수정 침투사건 이후 육상침투 요원들이 전방에서 출몰한 게 한두건 있으며 공작모선이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공해상까지 나타나 세차례 훈련을 했다고 보고했다.

북한정보국장은 "간첩침투를 위해 지난 5월에는 고속저고도 비행으로 레이더탐지가 어려운 수륙양용공기부양기를 최초로 개발해 5회에 걸쳐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고 보고했다.

그는 "북한은 레이더 피탐률이 낮은 공기부양전투함정도 2척을 건조해 시험 운영중에 있고 특수공작에 소요되는 요인위해용 스프레이갱 독약과 계란 크기의 자폭용 수류탄도 개발하고 있다" 며 "공작모선 없이 잠수정 단독침투가 가능한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말머리에 해상침투기지시설을 확장했고 대남침투용 사하급 소형잠수함 8척을 평북 용안포 조선소 등 5개 조선소에서 건조중에 있다" 고 보고했다.

그는 이어 "이런 가운데 김정일은 대남 폭력혁명을 고수할 것과 직접침투에 주력할 것을 지시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97년 2월 김정일 생일을 하루 앞두고 귀순자 이한영을 살해했고 이번 속초 침투 잠수정에서 노획한 항해 일지에도 공화국 창건 50돌을 앞둔 전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실이 확인됐다" 며 "북한 대남공작부서들이 9.9절을 계기로 김정일에 대한 충성의 선물로 요인의 대동월북.납치.테러 등 공작을 추진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황장엽 (黃長燁) 씨가 안기부 안가 (安家)에서 나오기만 하면 쥐도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고 보고했다.

그는 "북한은 9.9절을 앞두고 군사면에서는 소형 잠수정 등 기습위주의 전력을 집중 보강하고 있다" 면서 12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대규모 집회 등은 북한의 대남교란책동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개발 등으로 감상적 통일열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햇볕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하되 대남침투도발 차단 및 요인경호.고정간첩색출 작업은 강화돼야 한다며, 8.15 통일대축전에도 범민련.한총련만 상대하겠다고 주장하는 등의 북한 공세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은 1주전부터 햇볕정책을 집중공격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햇볕정책은 강력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이중접근 방식" 이라며 이해를 당부했다.

확대 안보관계장관회의에는 李부장을 비롯, 강인덕 (康仁德) 통일.김정길 (金正吉) 행정자치.김선길 (金善吉) 해양수산장관과 김진호 (金辰浩) 합참의장,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 임동원 청와대외교안보수석, 정해주 (鄭海주) 국무조정실장, 안병길 (安秉吉) 국방.최경원 (崔慶元) 법무차관, 김세옥 (金世鈺) 경찰청장, 이남신 (李南信) 기무사령관 등 군정보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