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은 이미 여당 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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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신기남 당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23일 광주에서 홍역을 치렀다. 이곳 시민단체 대표들과 한 간담회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간담회는 처음 비공개로 진행됐지만'호남소외론'등을 거론하며 정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문밖에까지 들리자 기자들에게 개방됐다.

김재석 광주 경실련 사무처장은 "호남 민심은 여당을 떠나기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떠났다"며 "문제의 핵심은 참여정부의 인사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호남이) 전부 배제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채 시민단체 협의회 대표도 "(호남 지역이) 소외받고 차별받아 인간다운 생활이 뒤처지고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이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장현 광주 YMCA 이사장은 "광주 지역엔 일터도 없고 비전도 없어 텅 비어가고 있다"며 "여기는 (정권과) 이미 별거상태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했다. 김창수 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실력이 없을 때 뜻을 모아 합의에 나서는 것도 실력"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기업을 무조건 몰아칠 것이 아니라 기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라""검찰.경찰 등 힘있는 자리는 모두 영남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말도 나왔다.

신기남 의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광주의 민심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듣고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며 "호남에서 많이 밀어줬으니 아무리 얻어맞아도 싸다"고 말했다.

광주=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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