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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가 형사, 일선 수사과장도 5명…강력반 여성시대 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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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찰 내 ‘우먼 파워’ 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여경(女警)들이 남성 경찰의 ‘들러리’ 역할에서 벗어나 주요 수사 부서로 속속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여경 창설 63주년을 맞은 1일 여경들이 어떤 분야에 배치돼 있고, 계급별 현황은 어떤지 들여다봤다. 1946년 경무부 여자경찰국 소속 80명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여경은 5월 말 현재 6392명에 달한다. 80배 가까운 양적 성장을 이룬 가운데 남성 경찰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형사·정보·보안 분야에까지 여경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강도·살인 등 강력사건 부서에 372명이 배치된 것을 포함해 여경의 18.4%인 1177명이 형사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서대문서·동대문서·혜화서, 경기 분당서, 경북 김천서 등 5곳에서는 여성 수사과장이 범죄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또 서울 남대문서 등에서 18명의 여성 수사계장이 근무 중이다. 정보와 보안 분야에는 각각 144명, 121명이 배치돼 있다. 올해 3월 인사에서 첫 여성 정보과장(서울 강동서 김숙진 과장)도 나왔다. 경비 분야에서도 여경 207명이 시위 현장의 질서 유지와 불법 시위자 연행 업무를 맡고 있다.

고위직 진출도 눈에 띈다. 99년 여경은 총경 2명, 경정 4명뿐이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총경 5명, 경정 31명으로 늘었다. 3명의 여성 총경이 일선 경찰서장으로 있다.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경무관도 탄생했다. 순경 공채 1기 출신인 김인옥(57) 전 제주경찰청장이 ‘여성 경무관 1호’다. 2호는 이금형(50) 충북지방경찰청 차장. 이 차장은 2006년 마포서장 재직 당시 서울 서북부 지역 주택가를 돌며 여성 13명을 연쇄 성폭행한 ‘마포 발발이’ 사건을 해결했다. 스타 여경으로 주목받는 이도 있다. 첫 여성 경찰서장으로 기록된 김강자(64) 전 서울 종암서장은 98년 ‘미아리 집창촌’ 단속에 앞장서며 큰 화제를 모았다.

이금형 차장은 “10년 전만 해도 강력사건 현장 감식에 여경이 나서는 것을 꺼렸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며 “여경 간부 양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춤으로써 여경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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