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속도로 달려보니] 차창 밖에 펼쳐진 61.4㎞의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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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고속도로의 유일한 휴게소인 가평휴게소 전경. 지붕이 파도 모양이다. [김성룡 기자]

2004년 8월 공사를 시작해 마무리가 한창인 서울~춘천고속도로. 개통(15일)을 앞둔 고속도로를 25일 오전 달려봤다. 서울 강일IC를 출발해 춘천분기점까지 61.4km. 이 고속도로는 빼어난 경관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것을 자랑으로 내세운다.

강일IC를 들어서자마자 고속도로 번호 ‘60’과 함께 춘천 방향 표지판이 보이고 왕복 8차로의 도로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미사IC를 지나면서 왕복 6차로로 좁아진 길 끝으로 1530m의 미사대교가 쭉 뻗어 있다. 한강 물이 너른 폭으로 흘러나가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투명 방음벽 덕분에 시야가 시원스럽다. 회색의 우중충한 방음벽이 가로막고 있는 여느 고속도로와 다른 모습이다.

남양주IC를 지나 얼마 되지 않아 아파트 단지가 사라지고 전원의 풍광이 눈앞에 펼쳐진다. 고속도로가 산 중턱 높이로 나있어 손을 뻗으면 산이 잡힐 듯하다. 월문 2터널은 꽃항아리 같다. 터널 위에 흙을 얹고 바람에 하늘거리는 자줏빛 들꽃을 심었기 때문이다. 안내를 위해 동행한 서울춘천고속도로㈜의 유재남 기술팀 차장은 “산을 깎아 도로를 놓는 것이 건설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경제적이지만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터널을 내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노선의 40%가 터널과 교량인 이유다. 부득이하게 산을 깎은 경우에도 생태복원기법을 사용해 주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한다.

터널을 지나자 산등성이를 닮아 완만하게 굽은 도로가 펼쳐친다. 직선으로 도로를 뚫으면 최고 속도를 110㎞까지 낼 수 있어 시간을 더 단축할 수 있지만 자연 환경을 심하게 훼손하게 된다. 유 차장은 “최대 속도를 100㎞로 제한하더라도 자연적으로 난 길을 최대한 살리는 쪽을 택했다”고 말했다.

화도IC를 지나면서 길은 왕복 4차로로 좁아진다. 국도처럼 정겨운 길을 따라가노라면 오른편으로 폭포가 햇빛에 하얗게 부셔져 내린다.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에 위치한 길이 92m, 폭 최대 26m의 세계 최대 인공폭포인 ‘피아노 폭포’다. 금남터널을 지나자 서종대교가 위용을 자랑한다. 서종대교 밑 북한강에는 수상 스키와 모터 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친다. 왼쪽으로는 대학생들의 MT 장소로 인기가 높은 대성리가 눈에 들어온다.

서종IC에서 설악IC까지 구간은 산이 끝없이 펼쳐진다. 오른편으로 유명산과 중미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활엽수가 많아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운 곳이다. 주변 경관을 둘러보느라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가평휴게소에 도착한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에서 휴게소는 이곳 가평휴게소 상·하행선 두 곳이 전부다. 원목과 라임색의 돌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주는 건물 위로 흰 파도가 넘실대는 모습을 형상화한 지붕을 얹었다.

휴게소를 지나자 금방 미사터널이 나타났다. 미사터널은 길이가 약 2.2㎞로 한가운데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다. 터널을 지나는 동안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는 것이다.

곧 이어 고속도로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발산1교가 나온다. 시원하게 뻗은 다리 끝으로 산의 목구멍 같은 터널이 조그맣게 보이고 양쪽으로는 홍천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굽이치는 산자락을 적시고 모래사장을 쓸면서 백로들이 물 위에 앉았다 물을 치고 솟아 오른다. 아이들 몇몇이 물놀이를 한다. 카약과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강 주변의 숲에는 아름다운 펜션이 드문드문 보인다.

발산대교 난간에는 태양광으로 작동되는 경고등이 설치돼 있다. 이어 발산 1~4터널이 연달아 나타난다. 낮은 산을 깎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다 보니 짧은 터널이 이어진 것이다. 터널간 거리가 짧은 것은 200m가 채 안 되는 곳도 있다. 강촌IC를 지나자 오른편으로 병풍을 두른 듯 팔봉산이 펼쳐진다. 조양IC까지 한걸음에 달렸다. 휴게소에서 쉬는 시간을 제외하면 40분 남짓 걸렸다. 자연과 함께 달리니 춘천이 더 가까운 느낌이다.

김경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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